2021년 9월 취임해 3년간의 임기 마지막 해를 맞이한 조현래 한국콘텐츠진흥원장은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콘텐츠정책국장 등을 거치며 총 30여 년을 근무한 ‘K콘텐츠통’이다. 그는 “K콘텐츠의 성과들이 보이고 있는 시점에서 기관장으로 있었다는 게 매우 뿌듯하다”며 “글로벌 경쟁력 확보와 함께 스타트업·인력양성 등 자생적 생태계 구축이라는 두 개의 축을 잘 구축해온 것 같다. 후회가 없다”고 소회를 전했다.
그는 K콘텐츠 위기론에 대해 “동전의 양면과 같은 것”이라며 “이제 ‘한국이 만들었으니 봐야 한다’는 시대는 끝났다”고 지적했다. 대신 그는 버추얼스튜디오·인공지능(AI)·가상현실(VR)·증강현실(AR) 등 신기술에서 K콘텐츠의 위기 돌파구를 찾았다.
조 원장은 “사람들에게 또 다른 체험과 경험을 주는 것이지만 초기 진입이 어려운 시장”이라며 “그런 스타트업들이 자신들의 실력을 실패 걱정 없이 펼칠 수 있게 지속 가능한 생태계를 만들어 주는 것이 콘진원의 역할”이라고 밝혔다.
콘진원은 신기술 융합 콘텐츠 스타트업 41개사가 입주해 있는 뉴콘텐츠기업지원센터를 2022년 개소해 운영하고 있다. 콘진원이 지원한 9개 기업은 올해 CES에서 혁신상을 수상했고 지난달 미국 텍사스 오스틴에서 열린 사우스바이사우스웨스트(SXSW)에서 콘진원의 콘텐츠 상담액은 1661만 달러에 달했다. 올해도 콘텐츠 스타트업 지원 사업에 참여할 기업을 공모하고 있다. 조 원장은 “다양성이 K콘텐츠 위기의 해결책”이라며 “다양한 기업들을 지원한다면 위기보다는 기회가 더 많아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는 확장현실(XR)·AR 콘텐츠 등에 대해 “이 기술이 성공할지, 혹은 시장이 될지 안 될지는 알 수 없다”면서도 “하지만 그걸 이용할 수 있는 능력이 없느냐는 그 분야의 콘텐츠 활성화에 있어서 중요한 문제”라고 지원 이유를 밝혔다. 또 “XR이나 VR 시장이 급격히 확장될 때 우리의 역량이 없다면 뒤처질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인력양성의 중요성에 대해 거듭 강조했다. 조 원장은 “콘텐츠 시장에 플레이어들이 많았으면 좋겠다”며 “특히 콘텐츠뿐 아니라 기술도 알고 있는 융합형 인력이 필요한 시대”라고 지적했다. 콘진원은 이에 지난해 9월 뉴콘텐츠아카데미 프로그램을 통해 기술 융합형 인재를 양성하고 있다. 콘진원의 다양한 인력양성 사업을 통해 K콘텐츠 업계의 대표 인재들이 양성되고 있는 것이다.
특히 멘토와 멘티와의 1대1 도제식 멘토링을 지원하는 창의인재동반사업은 콘진원의 대표 인재양성 사업으로 12년간 1766명의 멘토, 3669명의 창의인재와 함께 해왔다. 올해 ‘1000만 영화’ 감독이 된 ‘파묘’의 장재현 감독,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문지원 작가, ‘소년심판’ 김민석 작가도 콘진원 창의인재동반사업 멘티 출신이다. 장 감독은 “단편영화 제작 당시 오컬트 장르 영화 시장이 크지 않아 지원하는 곳마다 다 떨어졌는데 마지막으로 해보자는 생각에 지원한 사업 덕분에 성공적으로 완성할 수 있었다”며 “재정적 지원뿐 아니라 현업인 멘토링이 큰 도움이 됐다”고 밝혔다. 그는 “프로젝트가 아닌 사람에 지원하는 사업이라 창작자 개인의 창의성과 취향을 지켜낼 수 있는 프로젝트”라며 “더 재능 있고 더 4차원인 친구들에게 지원해야 다양성이 보장된 콘텐츠가 나온다”고 밝혔다. 실제로 사업이 없었다면 ‘검은 사제들’ ‘사바하’ ‘파묘’는 없었을지도 모른다. 조 원장은 “인재양성 사업은 표시가 잘 나지 않는 것 같지만 굉장히 중요한 사업”이라며 “포기하거나 절망하는 인재들에게 다시 힘을 주는 사업”이라고 자부심을 표했다. 올해는 15개 분야에서 300여 명의 인재를 양성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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