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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바다 지켜야 마약 막는다

■김종욱 해양경찰청장

첨단기술 도입과 국제공조 확대로 거안사위(居安思危) 실천

김종욱 해양경찰청장




춘추전국시대 진나라의 충신 위강(魏絳)은 큰 공을 세워 왕으로부터 선물을 받았다. 하지만 “나라가 편안할 때 아직 할 일이 많이 남아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며 이를 거절했다. 이때 한 말이 ‘거안사위 사즉유비 유비무환(居安思危 思則有備 有備無患)’이다. 즉 편안한 시기에 미래에 닥쳐올 위기를 대비하라는 뜻이었다. 그 뜻을 받든 진나라는 중국 최초로 통일을 완성한 국가가 됐다.

세계는 지금 불법 마약류 문제로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중에서도 펜타닐(Fentanyl)이라는 마약성 진통제 남용으로 인한 문제가 심각하다. 펜타닐은 독성이 모르핀의 50~ 100배에 달하며 치사량은 2㎎에 불과하다. 강력한 효과 때문에 본래는 극심한 고통을 겪는 말기 암 환자나 대형 수술 환자용 진통제로 사용됐지만 2010년대부터 오용돼 많은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아직 우리나라는 펜타닐 남용으로 인한 위기가 닥쳐오지 않았지만, 펜타닐이 퍼지기 전에 진나라의 위강이 한 말처럼 미리 대비해 불법 마약류 통제에 전력을 다해야 한다. 펜타닐을 포함한 다양한 마약류는 전 세계적으로 항공을 통한 밀반입보다는 상대적으로 저비용‧고효율인 해양을 통한 밀반입이 높은 비율을 차지한다. 예를 들어 1개의 컨테이너에는 마약류 약 67톤을 적재할 수 있는데 이는 우리나라 국민 전체가 동시에 4회 이상 투약할 수 있는 양이다. 해양을 통한 대규모 마약류 밀반입은 한 번만 성공해도 국민 보건안전에 매우 큰 악영향을 미친다.



해양경찰은 최근 몇 년 동안 급증 추세를 보이는 해양을 통한 마약류 범죄에 대해 결연한 의지로 단호한 대응을 선언하고, 국제공조와 사이버 수사 강화 및 첨단 과학기술이 접목된 대응 전략을 마련했다. 우선 국제 범죄 네트워크를 철저히 파악하고, 국제협력을 강화할 계획이다. 특히 올해 1월 적발한 부산신항 코카인 100㎏(시가 약 3500억 원) 밀반입 사건의 피의자 특정을 위해 코카인에서 발견된 위치추적장치 및 DNA 자료에 대해 미국 등 13개국과 국제공조 수사를 진행 중이다. 올해 미국 마약단속국(DEA)‧인터폴 등 국제 유관기관을 비롯해 콜롬비아‧페루·태국·미얀마 등 주요 마약 생산국의 해양 마약수사 전문가를 초청해 세계 최초로 해상에 특화된 마약법집행기관 간 해양 마약범죄수사 국제포럼(MNIF)을 개최하기로 했다.

또 다크웹 탐지 시스템 도입으로 해양 마약류 범죄 조직 간 정보 교환과 활동 등을 추적‧분석해 마약류 밀반입 범죄가 발생하기 전에 미리 대응하고, 우범지역에 대한 순찰을 강화해 선박을 통한 마약류 밀반입을 철저히 감시할 것이다. 드론과 무인정찰기로 마약류 밀반입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체계적으로 수집하고,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한 데이터분석 및 정보융합을 통해 이상 징후 감지 및 범죄 패턴을 분석할 방침이다. 암호화폐 블록체인 분석 프로그램으로 암호화폐를 이용한 불법 마약류 거래자금의 흐름을 파악해 범죄수익을 환수하는 등 사이버 수사와 첨단 과학기술 활용을 강화할 계획이다.

해양경찰은 해양 마약류 밀반입을 철저히 차단해 유통‧투약으로 이어지는 악의 연결 고리를 끊어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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