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대규모 재정 적자가 인플레이션을 부추기고 세계 경제에 ‘중대한 위험’을 초래하고 있다고 국제통화기금(IMF)이 17일(현지 시간) 경고했다.
이날 파이낸셜타임스(FT)는 IMF의 보고서를 인용해 미국의 내년 재정 적자가 다른 선진국 평균인 국내총생산(GDP) 2%의 3배가 넘는 7.1%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중국 역시 수요 부진과 부동산 위기 등의 여파로 내년 정부 재정 적자가 신흥국 평균 3.7%의 2배가 넘는 GDP의 7.6%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IMF는 이 보고서를 통해 미국과 중국, 영국, 이탈리아 4개 국을 “지출과 수입 간의 근본적인 불균형을 해결하기 위해 정책적 조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IMF는 미국과 중국의 광범위한 정부 지출이 “세계 경제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고 다른 경제의 기준 재정 전망에 상당한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IMF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피에르올리비에 구랭샤스는 미국 재정 상황이 특히 우려스럽다며 “인플레이션 2% 목표치를 맞추려는 연방준비제도의 시도를 복잡하게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미국의 재정 적자는) 인플레이션을 낮추는 과정에서 단기적인 위험을 초래할 뿐 아니라 글로벌 경제에 대한 장기적인 재정 및 금융 안전성 위험을 제기한다”며 “무언가를 포기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구랭샤스의 발언은 미국이 인플레이션을 잡는 과정에서 금리를 인상함에 따라 글로벌 차입 비용이 큰 폭으로 늘고 정부 부채 부담이 커진 상황을 설명한다. 앞서 미국 의회예산국(CBO)는 지난해 말 미국의 연방 부채가 GDP의 97%에 해당하는 26조 2000억 달러에 달한다고 밝혔으며, 계속 늘어나 2029년에는 2차 세계대전 이후 최고치인 116%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또 이런 재정 적자와 부채 비용 부담은 미국의 근원 인플레이션에 0.5%포인트 기여한다고도 설명했다. 인플레이션을 연준의 목표치인 2%로 되돌리려면 미국 금리는 당분간 높은 수준을 계속 유지해야 한다는 의미다. CBO는 이미 2026년 이후 미국 부채 보유자의 순이자 지급액이 1조 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 차입 비용의 급격한 증가는 전 세계 국채 수익률의 급등과 신흥국 및 개발도상국의 환율 불안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한 분석에 따르면 미국 금리가 1%포인트 오르면 다른 선진국 금리는 0.9% 포인트, 신흥국 금리 역시 1%포인트 따라 상승해왔다. IMF 측은 “글로벌 금리 인상은 금융을 더 긴축시켜 다른 곳의 위험을 증가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IMF는 중국 정부 재정 적자에 대해서도 경고했다. 다만 미국이 국채를 발행해 재정 적자를 글로벌 시장으로 분산하는 것과 달리 중국은 정부 부채를 내부에 보유하는 경향이 높아 글로벌 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은 다를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중국의 부채 역학 관계는 결국 무역 파트너에게 부담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보고서는 “중국 지방 정부의 심각한 재정 불균형을 고려할 때 의도하지 않는 재정 긴축으로 중국의 성장 둔화가 예상보다 더 커질 수 있다”며 “그 경우 국제 무역과 대외 금융 및 투자 수준이 저하돼 전 세계로 부정적 파급 효과가 발생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IMF는 두 나라의 재정 불균형을 해결하기 위한 정책적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IMF의 최고재정정책관리인 비토르 가스파르는 “미국과 중국 모두 경제력이 있기 때문에 재정을 통제할 수 있는 시간이 아직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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