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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부과 갈 때 간판 잘 보세요” 전문의 병원 구별하는 법

■강훈 대한피부과학회장 인터뷰

일반의가 ‘피부과’ 간판 내걸고 미용시술

‘피부과=비필수의료’ 오해 일으키기도

진료과목 표시·미용일반의 등 개선 필요

강훈 대한피부과학회장. 사진 제공=은평성모병원




“필수가 아닌 의료행위가 어디 있겠습니까. 진료과마다 본연의 역할이 있는데 필수, 비필수의 이분법적인 논리로 접근하는 건 가당치도 않습니다.”

강훈(사진) 대한피부과학회장(은평성모병원 피부과 교수)은 17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미용 시술만 하는 ‘비(非) 피부과’ 전문의들이 늘어나면서 ‘피부과=비필수의료’로 매도당하는 현실이 안타깝다”며 이 같이 말했다.

의대를 졸업하고 의사 면허를 딴 후 대학병원에서 피부과 전공의 수련을 받지 않은 일반의(GP·General Practitioner)가 의료기관을 개업해 미용 시술을 하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피부과는 새롭게 문을 여는 의료기관들이 가장 선호하는 진료과목이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신현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제출 받은 GP 신규개설 일반의원 진료과목 신고 현황에 따르면 2018~2022년에 개원한 979곳 가운데 843곳(86%)의 진료과목이 피부과였다. 흉부외과·소아청소년과 등 다른 진료과목의 전문의가 미용 분야에서 개원하는 사례도 늘어나는 추세다.



의료법상 비전문의는 '○○피부과'나 '○○내과'와 같이 의료기관명에 과목명을 쓸 수 없다. 대신 '○○의원', '○○클리닉' 등이라고 기재한 뒤 그 옆에 진료과목을 표시하는 건 개수 제한 없이 신고만 하면 된다. 보톡스, 필러, 레이저 등의 미용 시술은 대부분 비급여 행위로 의료기관이 임의로 가격을 결정하다 보니 피부과 간판을 내건 채 개원하려는 수요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문제는 의료인이 아닌 소비자들이 전공과목과 진료과목을 구분하기 쉽지 않다는 점이다. 이러한 규정을 어기거나 글자 표시를 작게 하는 등 꼼수를 부려 피부과전문 의료기관으로 오인하도록 유도하는 경우도 있다. 강 회장은 “유튜브에서 소위 '피부과 의사'로 활동하는 비피부과 전문의가 많다 보니 미용 시술만 부각되는 측면이 있다”며 “소비자들의 알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서라도 피부과 전문의가 아닌 경우 진료과목 표시를 제한하거나 '미용일반의'로 표기하는 등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실제 강 회장을 비롯한 피부과 전문의들은 건선, 아토피피부염 등 자가면역질환이나 피부암 같은 중증 질환을 주로 진료한다. 미용 시술도 피부감염·괴사·흉터 등 합병증 발생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가볍게 여겨서는 안된다는 조언이다. 가뜩이나 비피부과 전문의에 의한 부작용이 큰데, 정부가 필수의료를 강화한다는 명분 아래 미용의료시술의 일부를 비의료인에게 개방하겠다고 예고하면서 학회의 우려는 커졌다.

강 회장은 “정책 입안자들조차 피부과에 대한 편견에 사로 잡혀있음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라며 “미용의료시술의 허용 범위가 넓어지면 심각한 의료사고와 사회적 문제를 야기하고 국민 건강에 위해를 가져올 수 있다. 오해를 바로 잡고 피부과학의 정체성을 알리기 위해 적극 소통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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