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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부모가정 벼랑 끝"…임금체불 법안 1년째 '낮잠'

작년 폐업 A병원 직원 100명 생계난

고용부 대책법안 국회 논의 흐지부지

작년 임금체불 1.7조…27만명 못받아

건설업은 전년比 49% ↑…피해 늘듯





지난해 대구에서 폐업한 A 요양 병원의 직원 100여 명은 하루하루가 막막한 상황이다. 이 병원의 대표가 이들의 임금 6억 7000만 원과 퇴직금 3억 원을 사실상 가로챘기 때문이다. 특히 한부모가정의 가장인 B 간호조무사, C 조리원은 극심한 생활고를 호소하고 있다. 하지만 이 병원 대표는 구속 당할 상황에도 불구하고 임금 청산 약속을 지키지 않고 있다. 또 건설 현장에서 일용직으로 일해온 D 씨는 올 초부터 신경쇠약으로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다. 생계 어려움이 큰 상황에서 2개월치 임금 360만 원을 받지 못해서다.

역대 최대치로 치솟은 임금 체불을 막을 대책 법안이 21대 국회에서 폐기될 상황에 놓였다. 국회가 민생을 최우선으로 여긴다면서 정작 근로자 생계와 직결된 임금 체불 문제 해결에 대해 소홀히 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불가피하다.

18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6월 임이자 국민의힘 의원이 대표발의한 근로기준법 개정안은 21대 국회에서 제대로 논의되지 않고 있다. 1년 가까이 방치된 이 법안은 21대 국회 일정상 5월이 논의하고 본회의에서 통과시킬 마지막 기회다.

이 법안은 지난해 5월 고용노동부와 여당이 발표한 임금 체불 대책을 골자로 한다. 재직 근로자에게 미지급한 임금에 대해 지연 이자를 부과하고 고의·반복적으로 임금을 체불한 사업주를 규정해 이들에 대한 공공입찰 시 불이익, 신용 제재 확대 등을 담고 있다.

이처럼 임금 체불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려는 이유는 두 가지다. 임금 체불 규모가 매년 불어나고 있다. 2021~2022년만 하더라도 1조 3000억 원대던 임금 체불은 지난해 1조 7845억 원으로 역대 최대 수준으로 늘었다. 지난해 임금 체불 피해 근로자는 27만 5432명에 달한다. 고용부는 사업주를 처벌하는 동시에 사업주가 체불금액을 청산하도록 유도하고 있지만 역부족이다. 지난해 지도 해결 금액은 1조 1385억 원으로 2022년(8060억 원)보다 크게 늘었다. 하지만 신고 사건에 대한 완전한 체불 청산이 이뤄지지 못했다.



법안은 그동안 노동계가 요구했던 임금 체불 처벌 강화 방향과 일치한다. 현행 임금 체불 제재는 체불액보다 적은 소액 벌금형으로 그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동안 처벌 사례를 보면 체불액 대비 벌금액이 30%를 넘지 않는 경우가 전체 사건의 78%에 달했다. 임금 체불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 도입 등 이 법안보다 제재 수위가 높은 법안들이 국회에 앞다퉈 발의된 배경이다.

이정식 고용부 장관은 올 1월 임금 체불 근절 간담회에서 “소액 임금 체불이라도 사업주의 고의성이 인정되면 법정에 세우겠다”고 경고했다. 고용부는 악덕 사업주는 반드시 구속 수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지만 법원이 이를 인정하는 경우도 드물다는 지적이다.

임금 체불은 저소득층에게 더 심각한 피해를 준다. 이미 지난해 건설업 임금 체불은 4363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9%나 증가했다. 건설업은 일용직 근로자 등 저임금 근로자가 많은 업종이다. 하지만 올해 1분기 건설업 폐업과 부도가 느는 등 건설업 경기가 얼어붙었다. 악덕 사업주뿐만 아니라 경영난으로 인한 불가피한 임금 체불도 심해질 수 있다는 얘기다. 올 1분기 전체 임금 체불은 5718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0%나 늘어 이 추세대로라면 지난해 역대 최대치를 다시 넘는다.

법안은 총선 이후 민생을 강조한 윤석열 대통령이 국회 논의를 촉구하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국무회의에서 “임금을 제 때 받지 못하는 것은 근로자와 그 가족의 삶을 위협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국회는 법안 통과에 미온적인 분위기다. 법안을 다룰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한 의원실 관계자는 “아직 5월 국회 회의 일정도 잡히지 않아 조심스럽지만 법안이 통과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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