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욱 감독이 '삼체', '파친코' 등 이민자 및 소수자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 글로벌적으로 흥행하고 있는 이유를 짚었다.
박 감독은 18일 오후 서울 강남구 메가박스 코엑스 돌비 시네마관에서 쿠팡플레이 독점 HBO 오리지널 리미티드 시리즈 '동조자(The Sympathizer)' 언론배급시사 및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작품과 관련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동조자'는 자유 베트남이 패망한 1970년대, 미국으로 망명한 베트남 혼혈 청년이 두 개의 문명, 두 개의 이데올로기 사이에서 겪는 고군분투를 다룬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다. 베트남계 미국 작가 비엣 탄 응우옌(Viet Thanh Nguyen)의 퓰리처상 수상작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이날 박 감독은 최근 넷플릭스 '삼체', 애플티비 '파친코', 영화 '미나리',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등 디아스포라, 이민자, 소수자에 대한 이야기가 각광받는 이유를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파친코'가 결정적인 계기였고, '기생충', '오징어 게임' 등의 작품이 다 영향을 미쳤다고 할 수 있겠다. 반대로 또 시대가 그런 작품을 (원했고), 그런 작품의 성공을 만들었다고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진단했다.
박 감독은 "'삼체' 같은 작품에 거대 자본이 투자될 수 있었던 데에는 시대의 영향이 필수적이다. 미국 사회가, 서양 사회가 조금씩, 특히 다양한 인종과 문화로 이뤄진 미국 사회에서 그동안 특정 일부 집단, 인종의 목소리만 들려 왔다는 반성이 너무나 늦었지만 분명히 생기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소수 집단이 점점 힘을 가지게 되며 자기 목소리를 낼 통로를 찾고 있고, 통로를 만들 수 있는 힘을 가지게 됐다. 경제 논리로 보아서도 이것은 하나의 시장이 된 것"이라며 "'피씨'를 너무 따져서 피곤하다는 목소리도 있지만, 제가 이번 작업을 하며 느낀 건 모든 사람의 노력과 기획이 이 작품을 가능하게 만들었다는 것"이라고 소신을 밝혔다.
박 감독은 "베트남 문화나 언어에 있어서도 대충해서는 안 된다. 대충해서는 쇼가 망가진다는 인식을 이 거대한 HBO 네트워크도 정확히 알고 있고, 저보다 이러한 문제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하며 돈을 절대 아끼려 하지 않더라"며 "몇 천만 달러 쇼에 이렇게 전혀 처음 보는 베트남 배우가 대거 등장하고, 대사의 절반 이상이 베트남어로 나오고, 이런 일이 가능해졌다는 건 어찌 보면 놀랍고, 어찌 보면 너무 늦은 일 같다"고 밝혔다.
한편 '동조자'는 지난 15일 쿠팡플레이에서 1화가 공개됐다. 2화는 오는 22일 오후 9시 공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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