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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파식적] 코아비타시옹

프랑스의 1차 코아비타시옹 체제에서 프랑수아 미테랑(오른쪽) 대통령과 자크 시라크 총리가 한 행사장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로이터




좌파인 프랑수아 미테랑 전 프랑스 대통령은 1986년 3월 총선에서 패하자 우파인 자크 시라크를 총리로 임명한다. 의회가 총리 임명동의권과 내각 불신임권을 갖고 있어 국정 안정을 위해 ‘코아비타시옹(Cohabitation·좌우 동거 정부)’ 체제를 택한 것이다. 함께라는 뜻의 ‘co’와 거주라는 뜻의 ‘habitation’이 합해져 만들어진 용어다. 미테랑은 이후 1988년 5월 대선에서 시라크를 누르고 재선한 후 하원 해산과 조기 총선을 통해 자신과 같은 좌파 인사를 총리로 임명해 1차 동거를 끝낸다. 하지만 1993년 총선에서 참패한 뒤 다시 우파 인사를 총리로 임명해 2차 동거에 들어간다. 이 체제는 1995년 우파인 시라크가 대통령이 될 때까지 이어진다. 시라크는 1997년 5월 총선에서 패한 뒤 좌파 인사를 총리로 임명하며 3차 코아비타시옹 체제를 운영한다.

프랑스의 동거 정부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갈등 속의 조화와 균형’이라는 긍정적 평가도 있지만 ‘효율성 저하 및 국정 혼선 초래’라는 비판론 역시 만만찮다. 시라크가 2000년 개헌을 통해 대통령 임기(7년)를 하원 의원과 같은 5년으로 단축한 것도 불안정한 좌우 동거 체제 등장 가능성을 낮추기 위해서다.



대통령제인 우리나라에서도 동거 정부와 유사한 체제가 있었다. 대선 과정에서 ‘DJP 공동정부’를 약속한 김대중 전 대통령은 1998년 취임 직후 보수색이 강한 김종필 당시 자민련 총재를 총리로 임명하고 일부 각료의 실질적 추천권도 부여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4·10 총선 참패 이후 총리에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대통령비서실장에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 임명을 검토한다는 소문이 17일 흘러나왔다. 두 사람 모두 문재인 정부와 연관이 있어서 “한국판 코아비타시옹 시도”라는 얘기가 나왔다. 협치 차원에서 친윤(親尹) 일색에서 벗어나고 정파를 떠나 폭넓게 인재를 구하는 것은 바람직하다. 하지만 5년 단임 대통령중심제 국가에서 이 같은 구상은 현실성이 떨어진다. 만약 국정 철학과 정책·노선이 확연히 다른 야당 인사를 핵심 요직에 배치한다면 국정 운영에서 혼선을 빚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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