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0 총선에서 여당이 참패한 뒤 윤석열 대통령이 국정 쇄신 의지를 밝혔지만 대국민 메시지 발표와 후임 국무총리·대통령비서실장 인선부터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 17일 새벽에는 대통령실 비공식 채널을 통해 더불어민주당 소속의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과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을 각각 총리와 비서실장으로 기용한다는 설이 흘러나와 언론에 보도됐다. 여당 지지층에서 “국정 철학과 정체성을 훼손할 수 있는 인사”라며 반대론이 쏟아지자 대통령실 공식 채널이 인사 검토설을 부인했지만 논란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미국에서 조기 귀국 중인 박 전 장관이 18일 소셜미디어를 통해 “대한민국의 미래를 생각한다면 협치가 긴요하다”며 야권 인사의 기용을 정당화하는 듯한 주장을 폈다. 또 이날 여권 관계자의 전언을 통해 윤 대통령이 16일 홍준표 대구시장과 만찬 회동을 가졌으며 이 자리에서 홍 시장이 총리와 비서실장에 각각 김한길 국민통합위원장과 친윤계 장제원 의원을 추천했다는 보도가 흘러나와 혼선을 키우고 있다.
윤 대통령의 메시지 관리에서도 엇박자가 빈발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16일 TV로 생중계된 국무회의 모두 발언에서 총선 참패의 책임을 인정하는 사과 발언을 하지 않았다. 윤 대통령이 낮은 자세를 취하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오자 몇 시간 뒤 대통령실 참모가 ‘윤 대통령이 비공개 회의에서 죄송하다는 말을 했다’는 사후 브리핑을 했다. 대통령 연설문을 대체 누가 쓰길래 핵심 메시지가 공개 발언에서 빠지고 뒤늦게 부연해야 하는지 책임 소재를 따져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통령실의 인사·메시지 관련 혼선은 국정 쇄신의 의지와 능력을 의심케 한다는 점에서 문제가 크다. 특히 비공식 라인을 통한 ‘박영선 총리·양정철 비서실장 기용설’ 유포가 도를 넘으면서 정치권에서 ‘비선 조직’에 대한 우려와 문제 제기가 나오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 국정 쇄신의 출발점인 인사가 국민 눈높이에 미달하고 혼란을 낳는다면 국민 여론은 더 싸늘해질 것이다. 총선 이후 윤 대통령의 국정 수행 지지율이 20%대까지 떨어지고 있다. 지지율을 반등시키고 국정 동력을 회복하려면 인사·메시지 혼선부터 바로잡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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