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막 국가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 지난 16일 하루 동안 2년치의 폭우가 쏟아져 도심 곳곳이 침수 피해를 입고 18명이 사망했다. 이번 기상재난이 두바이의 인공강우 프로젝트로 인해 발생된 것이라는 일부 주장이 나오고 있으나, 전문가들은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인공강우는 구름을 인위적으로 조작해 비를 내리게 하는 기술이다. 구름에 요오드화 은이나 소금 같은 화학물질인 ‘구름씨앗’을 뿌리고 구름 속의 물방울 입자들을 뭉치게 해 비나 눈으로 변하게 하는 방법이다.
그간 UAE는 물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수십년간 인공강우 실험을 벌여왔다. 이로 인해 폭우의 원인이 인공강우 실험 탓이라는 추측이 제기된 것이다.
그러나 17일(현지시간) AP통신 보도에 따르면 기상·기후 전문가들은 인공강우가 비를 내리게 할 순 있어도 폭우까지 일으키긴 어렵다고 보고 있다.
미 국립 해양대기청(NOAA) 전 수석 과학자 라이언 마우에는 “(두바이 폭우는) 구름씨앗 파종 때문이 아니라고 거의 확신한다”며 “어떤 경우에도 그렇게 희박한 수증기에서 한 번에 약 160㎜의 물폭탄을 만들어낼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대기 기상의 힘은 그 규모가 매우 크고 복잡하기 때문에 구름씨앗 파종은 폭우와 홍수를 만들어내기엔 너무 미미하다”고 했다. 구름씨앗은 마른 하늘에 비를 내리게 하는 기술이 아닌, 이미 형성된 구름대가 비를 더 빨리 내릴 수 있도록 보조하는 역할에 그친다는 것이다.
마이클 만 펜실베이니아 대학 교수는 “두바이 지역에 3개의 저기압대가 열차처럼 줄지어 제트 기류를 따라 이동했다”며 “이런 대기천의 이동이 페르시아만까지 이어져 이번 폭우로 연결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인공강우 작업이 원인이라는 분석은 최근의 일기 변화를 무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기후학자들은 이번 폭우의 주 원인으로 기후위기를 꼽았다. 앞으로 지구 온난화로 인해 가뭄과 홍수도 잦아질 것이라고도 경고했다.
프리데리케오토 영국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 교수는 “온화한 공기가 더 많은 수분을 머금을 수 있다”며 “기후위기로 기온이 올라가면서 전 세계적으로 강수량이 더 많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폭우에 대해 이야기할 땐 기후위기를 논해야 한다. 인공강우에 초점을 맞추는 건 오해의 소지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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