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의 가지푸르 쓰레기 매립장. 1월 어느 날 한 저널리스크가 방문한다. 저 멀리 보이는 산에는 새떼가 구름처럼 몰려가고 있다. 시베리아 솔개와 이집트 독수리 수천 마리가 찌르레기 무리처럼 산허리를 빙빙 돌고 있는 이유는 쓰레기를 뒤지기 위해서다. 시큼한 냄새가 나는 이 산은 1400만 톤에 달하는 거대한 쓰레기로 만들어진 산이다. 이곳에는 쓰레기 줍는 일로 생계를 잇는 이들이 5000명 정도 살고 있다. 한 사람의 쓰레기가 다른 사람의 보물이 되는 아이러니한 현장이다.
쓰레기가 태평양 한 가운데 거대한 섬을 만들었다는 뉴스는 더 이상 놀랍지 않다. 그 섬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논의가 시작됐다는 보도가 나왔지만 결과는 아직 미지수다. 환경 관련 뉴스는 지구의 종말을 보는 듯한 끔찍한 고발로 독자들을 혼란에 빠뜨리고 정작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이야기하지 않는다. 고작 ‘쓰레기 분리배출을 잘 하자’는 누구나 다 아는 제안만 하고 끝나기 일쑤다.
저자 올리버 프랭클린-윌리스는 영국 GQ, 와이어드, 가디언, 뉴욕타임즈 등에서 독창적인 기사와 현장 취재물을 기고해 온 저널리스트다. 그의 첫 저서 ‘웨이스트 랜드’는 부유한 나라에서 가난한 나라로 건너가는 폐기물 산업의 실체를 파헤치는 현장 르포의 진수를 보여준다. 선진국의 한 시민이 버린 페트병은 어디로 갈까. 재활용은 쉽지 않다. 선진국은 자신들의 성장 과정에서 만들어진 쓰레기를 비용을 들여 처리하기보단 개발도상국으로 ‘수출’한다.
그리고 국경을 넘어 개발도상국으로 간 쓰레기는 수많은 다른 문제를 낳는다. 빈곤층은 그곳에서 쓰레기를 줍는 노동을 하고, 종종 쓰레기산이 무너져 내려 죽기도 한다. 아시아 국가에서 만들어진 값 싼 의류는 선진국에서 사용된 후 ‘기부’라는 이름으로 다시 아시아의 저개발 국가로 돌아온다. 다시 입을 수 없는 옷이 지나치게 많이 오면서 가나 등 많은 나라의 쓰레기 매립장은 지금 한계를 초과한 상황이다.
저자는 이처럼 거대한 쓰레기 문제를 담담하게 설명하면서도 좌절하지 않는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최소 소비’다. 저자 역시 이 방대한 취재를 한 이후 ‘제로 웨이스트’의 여정을 시작했다. 대나무 칫솔을 쓰고, 장바구니를 들고 다닌다. 저자 역시 이러한 방식이 완벽하지 않다는 걸 알고 있다. 비닐봉지로 인한 환경 파괴를 줄이기 위해 에코백을 사용하자는 캠페인이 벌어지자 수많은 기업이 소비자에게 에코백을 선물로 제공하기 시작했다. 이를 위해 얼마나 많은 숲이 파괴되었을까.
저자는 “‘친환경’이라는 이름으로 행해진 수많은 행위가 사실은 환경 친화적이지 않다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고 말한다. 쓰레기 양을 줄이는 동시에 투명한 재활용 체계가 마련돼야 하며, 기업의 그린워싱을 제재할 장치도 필요하다.
저자의 취재를 통해 우리는 희망을 볼 수 있다. 재활용 산업을 유지하고 키우기 위해 온 힘을 다하는 관계자들, 상품 가치가 떨어지는 채소를 주워서 판매하는 기업들, 새 물건을 적게 소비하는 소비자들, 물건을 수리해서 쓰는 사람들까지 평범한 하루를 사는 이들이 모두 희망의 주인공이다. 넘치는 쓰레기 뉴스로 피로해진 이들에게 생각할 많은 화두를 던진다. 2만4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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