웬만한 영화에는 다 나오지만 잘 눈치채지 못하고, 그렇다고 영화에서 빠져버리거나 어색한 연기를 보여주면 크게 눈에 띄면서 욕을 먹는 직업이 스턴트맨이다. 촬영팀, 미술팀, 음향팀 등 영화를 위해 카메라 뒤에서 헌신하는 스태프들의 노고도 제대로 조명받지 못한다. 황정민이 청룡영화상 수상소감에서 “스태프들이 차려 놓은 밥상에 저는 숟가락만 얹는 것”이라고 말한지도 20여년이 흘렀지만 아직까지도 스포트라이트는 배우들에게만 돌아간다.
영화 ‘스턴트맨’은 그런 스태프들의 노력을 플롯 전면에 내세운다. 잠수 이별을 택한 스턴트맨 콜트(라이언 고슬링)가 영화감독이 된 전 애인 조디(에밀리 블런트)를 위해 현장에 복귀하고, 사라진 주연 배우를 찾으러 다니며 벌어지는 사건을 그린다.
영화는 액션과 코미디, 로맨스를 모두 맛볼 수 있는 훌륭한 뷔페와도 같다. 레이빗 레이치 감독 본인이 스턴트맨 출신인 만큼 액션은 관객들의 눈길을 사로잡기에 충분하다. 특히 기네스 신기록을 세웠다는 차량 전복 장면, 끊임없이 이어지는 추격전과 전투 장면만 봐도 눈이 즐겁다. ‘분노의 질주: 홉스&쇼’와 ‘불릿 트레인’의 감독인 만큼 속도감이 아주 좋다.
영화 곳곳에 배치돼 있는 유머도 좋다. 확고한 마니아층이 있는 작품인 ‘데드풀 2’의 감독인 만큼 매니악한 유머도 있지만 누구나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유머가 곳곳에 가득하다.
영화라는 장르를 사랑하는, 오랜 시간 동안 함께 해 온 관객들이라면 더 재밌게 관람할 수 있다. 위대한 할리우드 영화들에 대한 오마주가 가득하다. ‘록키’ ‘라스트 모히칸’ ‘분노의 질주’ ‘델마와 루이스’ ‘메멘토’에 대한 언급과 대사 인용부터 ‘킬 빌’ ‘007’ ‘미션 임파서블’ 등의 오마주가 들어가 영화에 대한 애정을 드러낸다. 반가운 카메오도 등장해 눈길을 끈다. 엔딩 크레딧의 스태프들을 위한 장면은 박수를 부를 만 하다.
‘팝콘 무비’의 정석이라고 말할 수 있을 만큼 영화는 클리셰 투성이고, 새로운 맛은 없다. 1980년대 TV 시리즈 ‘더 폴 가이’를 원작으로 하는 만큼 이야기 흐름도 예측하기 쉽고, 구도와 대사 등 모두가 전형적인 할리우드 영화의 특징을 갖고 있다. 그렇다고 이 영화의 가치가 떨어지지는 않는다. 거장 스필버그가 “너무 좋았다”고 칭찬한 만큼 영화의 짜임새가 튼튼해 남녀노소 누구나 재밌게 볼 수 있다. 다음달 1일 개봉. 12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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