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시간에 몰래 전처 부모의 무덤을 ‘파묘’한 60대 남성이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18일 법조계에 따르면 제주지법 형사3단독 (부장판사 전용수)은 최근 분묘발굴유골은닉 혐의로 구속기소 된 A씨(65)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고 밝혔다. 집행유예 선고로 A씨는 구속 상태에서 풀려났다.
A씨는 지난 2월 3일 새벽 4시경 제주시 해안동에 있는 전처 B씨의 가족 묘지에서 허락 없이 B씨 부모의 무덤을 파헤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씨는 미리 준비한 관에 B씨 부모의 유골 2구를 옮겨 담은 뒤 약 6km 거리에 있는 제주시 애월읍 한 토지에 다시 묻은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B씨 가족이 지난 2월 10일께 경찰에 신고하면서 긴급 체포됐다. A씨는 평소에도 B씨에게 “파묘를 하겠다”는 취지의 말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A씨는 경찰 조사에서 ‘좋은 곳으로 이장했다’는 취지로 진술하면서도 혐의를 부인했지만, 유골을 묻은 위치와 범행 동기 등에 대해 함구했다. 이후 경찰 휴대폰 디지털 포렌식을 통해 당일 A씨의 행적을 파악한 뒤 추궁하자 그제야 유기 장소를 털어놨다.
A씨는 파묘를 한 사실을 인정했으나 ‘유골을 숨긴 게 아니라 보관한 것’이라는 취지로 주장하며 선처를 호소했다. 최후 진술에서는 “난 죄인”이라며 “불미스러운 행동으로 돌아가신 분께 큰 죄를 지어 전처 가족들에게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입혀 죄송하다”고 말했다.
검찰은 A씨가 B씨와의 재산 분쟁을 계기로 범행한 점 등을 들며 A씨에게 징역 2년을 선고해 줄 것을 재판부에 요청했다.
재판부는 “고의적 은닉에 해당하는 피고인의 범행은 비난받아 마땅하다”면서도 “피해자와 합의한 점과 유골이 유족들에게 돌아갈 것으로 보이는 점, 피고인에게 아무 전과가 없는 점 등을 참작했다”며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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