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0 총선에서 압승한 더불어민주당의 추가경정예산안 규모가 갈수록 불어나고 있다. 민주당이 민생 회복을 명분 삼아 요구하는 추경은 1인당 25만 원의 민생회복지원금 13조 원 외에 소상공인 대출 이자 경감 9000억 원, 소상공인 에너지 비용 지원 3000억 원 등 14조 원이 넘는다. 당내에서는 운수·수송 업계 지원 예산을 포함해 추경 규모를 최소 15조 원에서 20조 원까지 늘려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추경 편성권을 갖는 기획재정부의 반대에도 거대 야당이 ‘총선 민의’를 앞세워 정부와 여당을 향한 추경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그러면서도 “이런 건 포퓰리즘이 아니다”라고 억지 논리를 펴고 있다.
퍼주기 선심 정책을 주요 득표 수단으로 활용하는 민주당의 ‘추경 타령’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문재인 정부 시절에는 ‘재정 중독증’에 빠져 5년간 10차례에 걸쳐 150조 원 이상 규모의 추경 예산을 편성했다. 그사이 국가채무는 400조 원이나 급증했다. 그런데도 민주당은 “확장 재정을 통해 경제가 살아나면 재정 건전성이 좋아질 수 있다”면서 틈만 나면 추경 카드를 꺼내고 있다. 지난해 국가채무비율이 국내총생산(GDP)의 50%를 넘어섰고 내년에 정부가 갚아야 할 국채는 100조 원이 넘는데도 팍팍한 재정 형편은 안중에도 없다.
재정을 동원한 현금 살포는 일시적 경기 부양책은 될지 몰라도 외려 물가 상승을 부추겨 민생 회복에 역효과를 낼 수 있다. 무분별한 추경 편성으로 가뜩이나 불안한 재정 건전성이 더욱 악화하면 국가 신인도가 떨어지고 미래 세대에 큰 부담을 주게 된다. 지금은 중동 전쟁 위기 고조 등 불확실성에 대비해 든든한 재정 방파제를 쌓아야 할 때다. 경제·안보 복합 위기 심화 등 비상시에 대처하려면 재정을 아껴둬야 한다. 민생 문제를 해결하려면 전 국민이 아니라 취약 계층을 대상으로 집중적으로 지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국민 혈세를 쌈짓돈처럼 쓰라고 국민들이 총선에서 압도적 의석을 몰아준 것이 아니다. 민주당은 예산 심의·결정권을 거머쥔 원내 제1당답게 지속 가능한 나라 살림을 위해 책임 있는 공당의 모습을 보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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