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다시 건설 현장의 노사 법치주의 확립에 고삐를 죈다. 건설현장의 불법행위는 수위가 크게 낮아졌지만, 경기 침체로 인한 부당금품 요구, 불법하도급처럼 현장의 위법 행위가 다시 늘 불안 요인이 여전하기 때문이다. 특히 근로자의 생계를 위협하는 임금체불은 올 초부터 가파르게 치솟고 있다. 정부는 엄정 수사를 강화하는 등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정부는 관계부처 합동으로 22일부터 내달 31일까지 건설현장 불법행위에 대한 집중단속에 나선다고 21일 밝혔다.
국토교통부는 155개 사업장을 점검 대상으로 추렸다. 이 곳은 타워크레인 조종사의 부당한 금품 강요나 고의적인 작업 지연, 불법하도급이 의심되고 있다. 경찰청은 지난달 첩보로 확인된 불법현장을 집중적으로 단속한다. 갈취, 업무방해, 채용강요 과정에서 일어날 수 있는 폭력행위뿐만 아니라 국토부의 고유 업무인 부실시공, 불법하도급 단속도 간접적으로 돕는다. 고용노동부는 법 위반의 의심되는 150개 건설사업장을 선정해 이 곳에서 일어나는 채용강요와 임금체불을 중점적으로 살필 방침이다.
정부가 출범 이후 드라이브를 건 건설 현장의 불법행위를 다시 주목하는 이유는 그동안 엄정 대응이 상당한 효과를 발휘했기 때문이다. 국토부가 지난달 전수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정당한 임금인지 논란인 월례비를 받은 근로자는 작년 1215명에서 조사 당시 72명으로 급감했다. 또 고용부가 별도로 1050곳을 확인한 결과 현장에서 채용절차법 위반이 없었다. 현재 경찰청이 수사 중인 건설현장 불법행위자도 91명으로 2022년 12월~작년 8월까지 4829명 송치 실적과 비교할 때 급감했다. 하지만 국토부의 지난달 추가 실태조사를 보면 45개 건설사에서 285건의 불법 행위가 접수됐다. 고용부도 여전히 일부 현장에서 채용을 목적으로 민원을 제기하는 위법 행위를 확인했다.
특히 우려되는 상황은 임금체불이 크게 늘었다는 점이다. 올 1~3월 임금체불은 5718 억원으로 작년 같은 시기 대비 40.3% 뛰었다. 이 추세가 이어진다면 올해 임금체불은 역대 최대였던 작년 임금체불(1조7845억 원)을 넘어선다.
고용부는 임금체불을 막기 위해 별도 대책을 추가로 마련했다. 22일부터 임금체불 수사를 담당하는 근로감독관의 수사 범위와 대응 강도를 확대하는 게 골자다. 근로감독관은 임금체불 위반이 확인되면 반드시 시정지시를 하고 사업주가 이행하지 않을 시 사법절차에 나선다. 체불 피해를 막기 위해 자율 청산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또 앞으로 감독관은 체불사업주의 재산관계를 이전보다 엄격하게 따져 체불사업주에 대한 체포영장 신청과 구속수사를 적극적으로 할 계획이다.
고용부가 작년 5월 별도 종합대책을 만들 정도로 임금체불의 주범인 고의·상습 체불기업에 대한 특별근로감독도 곧 실시된다. 고용부는 임금체불 사업주가 대지급금을 악용하는 도덕적 해이를 막을 수 있도록 대지급금 절차도 강화한다. 임금체불 근로자를 정부가 지원하는 대지급금 제도는 피해 구제에 효과적이지만, 체불사업주가 청산을 늦추는 역효과나 이들의 부정수급에 대한 우려가 많았다. 다만 고용부의 작년 5월 종합 대책이 실행되기 위한 근로기준법 개정안은 국회 처리가 늦어지고 있어 우려가 크다. 개정안에는 대책의 핵심인 상습체불 사업주에 대한 경제적 제재 방안이 담겼기 때문이다.
박구연 국무1차장은 이번 건설현장 합동단속에 대해 “그간 정부의 노력으로 현장에서 불법행위가 많이 줄어들었지만 여전히 일부 사업장의 불법행위가 확인되고 있다”며 “정부는 보여주기식 점검이 아니라 건설현장의 불법행위가 완전히 근절될 때까지 엄정한 법 집행을 통해 법치주의가 정착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정식 고용부 장관은 임금체불 대책과 관련해 “사업주의 임금체불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일선 근로감독관의 철저한 임금체불죄 수사와 사업주에 대한 제재 강화가 필요하다”며 “체불사업주에 대한 경제적 제재 강화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할 수 있도록 국회 논의를 적극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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