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적으로 버스 준공영제·공영제가 확산되는 가운데 서울 마을버스에도 이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시내버스처럼 마을버스도 재정 지원을 받으면 고질적인 노선 부족, 배차 간격 문제를 풀 수 있다는 논리다. 자치구 재정 능력이 낮은 데다 서울시가 노선 신설·조정 권한을 쥐고 있어 현실화 가능성이 낮다는 의견도 나온다.
21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올해 치러진 총선에서 이정헌 더불어민주당 후보(광진갑)가 마을버스 준공영제 도입을 공약으로 내걸고 당선됐다. 서울 중성동을에서도 박성준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중구형 마을버스 도입을 공약을 앞세우고 재선에 성공했다. 자치구가 노선 운영 업체를 지원하는 모델로 준공영제에 가깝다.
지방에서는 마을버스 준공영제·공영제가 확산되고 있다. 전북 완주군, 강원 정선군 등이 대표적이다. 경기에서는 화성시(화성도시공사)가 공영제를, 하남시와 의정부시가 준공영제를 도입했다. 고양시도 준공영제 도입을 추진 중이다. 부산시는 지난달 마을버스 정책 및 재정지원 합리화 연구용역에 착수해 시내버스에 이어 마을버스 준공영제 도입을 검토 중이다.
전국적인 준공영제·공영제 확산에도 서울은 예외였다. 2004년 시내버스 준공영제를 도입했지만 마을버스는 민영제를 유지해왔다. 시는 매년 적자 업체에 운송원가 미달액에 대해서만 일정 한도만큼 지원하고 있다.
서울에서 마을버스 준공영제 도입 요구가 나오는 이유는 노선 배치와 배차 간격에 대한 주민 불만 때문이다. 광진02번 마을버스의 경우 배차간격이 평일 18분, 주말 최대 25분에 달한다. 중구는 오르막길과 골목길이 많지만 시내버스·지하철 노선이 많다는 이유로 25개 자치구 가운데 유일하게 마을버스가 없다. 서울시가 마을버스 재정지원 확대에 부정적인 상황에서 자치구가 지원에 나서면 증차와 배차 간격 단축을 이끌어낼 수 있다.
문제는 준공영제 도입에 막대한 예산이 들어간다는 점이다. 승객 감소로 마을버스 재정난이 가중되고 있어 자치구의 재정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서울 마을버스 적자는 2020년 595억 원, 2021년 682억 원, 2022년 881억 원으로 매년 불어나고 있다.
더 큰 난제는 서울시가 노선 신설·조정 권한을 쥐고 있다는 점이다. 현행 조례와 지침상 노선 조정·증차시 반드시 서울시 승인을 받아야 하고 버스 총량제 규제까지 적용 받기 때문에 자치구 입장에서는 준공영제 도입 효과가 크지 않다. 광진구·서대문구 등이 수년째 시에 권한 이양을 촉구하고 있지만 시는 시내버스 노선 중복 문제 등을 이유로 반대하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현행 규정상 자치구가 지역 마을버스조합과 협의하면 준공영제 도입은 가능하다”라면서도 “그렇더라도 노선 조정이나 증차는 시 승인을 거쳐야 한다”고 말했다. 자치구의 한 교통정책 담당자는 “노선 조정 권한이 없으면 구청은 돈 대는 역할만 하게 된다"며 “서울시가 노선 권한을 넘기거나 일괄 도입하지 않는 이상 자치구 단독으로 준공영제를 시행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러한 제약 때문에 성동구는 마을버스 대신 무료 셔틀버스를 도입하기로 했다. 일평균 이용객수 854명 이상 등을 규정한 서울시의 증차 요건으로 마을버스 민원 해결에 어려움을 겪자 구가 직접 노선을 정하는 셔틀버스를 구상했다. 성동구는 오는 6월 공공시설 셔틀버스 운영 조례안을 구의회에 상정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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