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기업의 첨단기술 해외 이전 시 사전 보고를 의무화하는 등 기술 안보 관련 규제를 강화한다. 지난해 중국이 일본의 첨단 기계를 핵무기 개발에 사용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가 제기된 데 따른 조치다.
21일(현지 시간) 니혼게이자이신문은 경제산업성이 일본 기업의 첨단기술 해외 이전 시 사전 보고를 의무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으며 조만간 구체적인 내용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닛케이는 “기술 패권을 둘러싼 미중 간 경쟁이 격화하는 가운데 일부 국가가 우위를 갖는 첨단기술은 안보 관점에서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며 “지난해 일본 기업이 만든 기계가 중국의 핵무기 개발을 담당하는 기관에서 사용되고 있다는 우려가 제기됨에 따라 정부는 기술 유출을 막기 위한 규제를 강화하는 방안을 고심해왔다”고 설명했다. 닛케이에 따르면 일본은 양자컴퓨터에 들어가는 전원 케이블, 제어 기기, 광섬유, 탄소섬유 등에 강점을 갖고 있다.
일본은 이미 군사적 목적으로 전용될 위험이 높은 제품이나 기술을 리스트로 정리해 엄격하게 관리하고 있다. 해당 제품·기술을 해외로 수출·이전할 때마다 경제산업상의 허가가 필요하다.
새로운 규제안은 리스트에 포함돼 있지 않더라도 일본의 시장점유율이 높은 최첨단기술이라면 사전 보고해야 하는 대상으로 포함시킨다. 군사적 목적으로 사용될 가능성이 있거나 타국이 기술 확보에 관심을 보이는 첨단 장치·소재의 해외 유출을 막기 위해서다. 경제산업성은 기업으로부터 사전 보고를 받고 정보를 공유함으로써 핵심 기술의 유출을 막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새 규제 대상은 공장 이전이나 현지 생산이 가능한 기술이전으로 한정한다. 인재 유출이나 대상국을 지정하는 규제까지는 포함하지 않았다. 대만은 중요 기술에 관련된 인재의 중국 대륙으로의 도항에 당국의 허가가 필요하다. 미국도 중국 기업에서 일하는 미국인이 첨단 반도체 개발·제조에 관여하는 것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이 밖에도 일본은 외환 및 대외무역법(외환법)에 따른 리스트 규제와 리스트 밖에서도 필요 시 수출 허가를 필요로 하는 ‘캐치올(Catch-all)’ 규제로 기술 유출을 막는 그물망을 쳐왔다. 대량살상무기나 핵무기로 전용할 수 있는 기술은 물론이고 군사적 이용 위험이 높은 기술이나 제품을 반출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허가가 필요하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