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각국에 주재하는 공관장들이 한데 모이는 재외공관장 회의가 서울에서 개막했다.
외교부는 22일 ‘지정학적 전환기의 우리 외교 전략’을 주제로 한 닷새간의 재외공관장 회의 일정을 시작했다. 대사, 총영사, 분관장 등 재외공관장 180여명이 참석했다.
조태열 외교부 장관은 개회사에서 “지난 수십 년간 우리는 남북관계와 주변 강대국과의 관계를 관리하는 데 급급한 나머지 우리에게 주어진 지정학적 환경을 숙명으로 받아들이고 그때그때 상황 논리에 따라 수동적으로 대처하는 데 너무 익숙해 있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그런 자세로 외교 정책과 현안을 다루기에는 우리의 생존을 위협하는 지정학적 위기가 너무 복합적이고, 우리의 국력과 위상, 우리에 대한 국제사회의 기대가 너무 커졌다”며 이번 회의를 통해 한국의 죄표를 고민하고 중지를 모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 장관은 “중대한 변화를 겪고 있는 시대적 전환기에 과거를 답습하는 외교가 설 자리는 없다”며 “혁신적이고 창의적인 사고와 발로 뛰는 외교로 시대 변화에 유연하고 민첩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조 장관은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 등 주변 4강 외교 방향도 제시했다. 미국과는 “캠프데이비드 합의를 착실히 이행하여 한미일 협력을 속도감 있게 제도화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고, 일본과는 내년 국교 정상화 60주년에 한일관계 새로운 전기가 마련될 수 있도록 적극 협의하겠다고 했다.
한중관계에 대해서는 “가까운 장래에 개최될 한일중 정상회의가 양국 관계 발전을 추동할 수 있도록 세심한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러 관계도“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기본적 제약 요소가 있지만 최대한 전략적으로 관리해 나가고자 한다”고 말했다. 한국이 2년간 비상임 이사국 역할을 수행하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에서는 “때로는 양자 관계에 미칠 단기적 비용과 부담을 감내하면서, 원칙과 기준에 따라 일관성을 유지하며, 규범 기반 국제 질서를 지키기 위한 국제사회의 노력에 적극 기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그는 최근 한국이 안보리에서 팔레스타인의 유엔 가입을 권고하는 결의안에 찬성표를 던진 것을 “어려운 결정”이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스라엘은 한국을 비롯해 이 결의안에 찬성한 국가 대사들을 초치해 항의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이번 회의 기간 공관장들은 미국과 중국의 전략경쟁 심화와 북핵 위협 노골화, 우크라이나·중동 전쟁 장기화 등 지정학적 전환기 속 외교 전략을 모색하고, 외교부가 올해 중점 과제로 추진하는 ‘튼튼한 안보 외교’, ‘다가가는 경제·민생 외교’, ‘글로벌 중추국가 다자외교’ 실행 방안을 논의한다.
최근 직원 ‘갑질’ 논란으로 내부 감사를 받는 정재호 주중대사도 오전 외교부 청사에서 열린 개회식에 참석했다. 외교부 감사실의 현지 조사 도중 귀국하는 정 대사에 대해 체류 기간 별도 조사계획은 아직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스라엘, 이란, 레바논 주재 대사와 주(駐)팔레스타인 대표사무소장은 현지 정세 문제로, 주유엔 대사는 건강상 사유 등으로 이번 회의에 불참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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