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이나 공모주 등 사기에 주로 사용되던 ‘가짜 애플리케이션’이 최근 중고거래나 공동구매 등 ‘직거래’에 접목된 사례가 등장하고 있다. 직거래 관련 사기는 민생과 직결돼 있고 사이버 사기범죄 중에서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어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23일 경찰 등에 따르면 최근 온라인 중고거래 플랫폼을 통해 중고거래를 진행하는 것처럼 꾸민 뒤, 마일리지 등을 명목으로 특정 사이트 가입을 유도해 돈을 편취하거나 물건을 가로채는 사례가 늘고 있다.
지난달 20대 직장인 박 모 씨는 고가 의류를 판매하겠다는 내용의 게시글을 한 중고거래 플랫폼에 올렸다. 박 씨가 글을 올린 지 약 일주일 만에 한 신원 미상의 인물이 해당 물품을 구매하겠다며 접근해왔다. 박 씨는 구매자가 실제 사용되는 휴대전화 번호를 전달하고, 중고거래에서 흔히 있는 ‘네고’(흥정)를 하자 의심 없이 거래를 진행했다.
구매자는 박 씨에게 “중고 안전거래 사이트에 남아 있는 마일리지를 사용하고 싶다. 수수료도 면제고, 바로 출금도 가능하다”라며 ‘해피몰’이라는 사이트에 가입하라고 유도했다. 해당 사이트는 실제 중고거래 플랫폼과 유사한 형태로 운영되고 있었기 때문에 박 씨는 가입을 마치고 물건을 발송한 뒤 구매자로부터 해피몰 포인트를 지급 받았다. 이후 박 씨는 포인트를 현금화하려 했지만, 진행이 되지 않자 고객센터에 연락을 했다. “계좌에 문제가 있어 해당 금액 만큼 입금해주면 문제를 해결한 뒤 다시 돌려주겠다”던 고객센터는 박 씨가 입금을 마치자 연락이 두절됐다. 물품과 돈을 모두 잃은 박 씨는 개인정보 유출 등을 우려해 해당 사이트를 금융감독원과 경찰 등에 신고했다.
해피몰은 피해자들에게 부업을 제시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초기 투자금을 입금하면 특정 작업을 진행하게 한 뒤 초기에는 소액의 수익금을 지급하지만, 지속적으로 더 큰 투자금을 요구하는 등 전통적인 투자 사기 방식을 사용하고 있다. 해피몰 사이트는 현재 이용이 불가하지만, ‘지에스몰’ ‘유앤미몰’ 등 업체 명을 바꿔가며 사기 행각을 이어가고 있는 상황이다.
주로 공모주나 비상장주식, 가상자산 사기 등 특정 분야에 사용돼 오던 ‘가짜 앱’이 중고거래까지 손을 뻗치자 피해자가 더욱 늘어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경찰은 중고거래 사기가 해를 거듭할수록 늘어나고 더욱 정교해지고 있어 특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경고했다. 경찰 관계자는 “거래시 안전 결제 시스템을 이용하고 경찰청 ‘사이버캅’ 앱에서 사기 전력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며 “또한 공식적으로 인증되지 않은 중고거래 플랫폼 사용은 지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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