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선제적으로 특정한 임금체계가 효율적이고 공정하다고 결정하고 개별 기업 차원의 임금체계 변경으로 촉진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권오성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조선업 상생협의체가 사회적 대화로 평가받기 위해서는 원·하청 기업주뿐만 아니라 노동조합의 참여도 이뤄졌어야 한다.”(정흥준 서울과학기술대 경영학 교수.)
국내 3대 노동학회 합동 토론회에서 노동 개혁 과제인 임금체계 개편과 상생 정책에 관해 참가 교수들의 쓴소리가 이어졌다.
23일 한국노동법학회에 따르면 권 교수는 이날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노동 3대 학회(한국노동법·한국고용노사관계·한국노동경제학회) 공동정책토론회에서 임금보호법제에 관한 주제발표자로 나서 “임금과 관련한 공정 문제는 임금체계의 관점이 아니라 노동소득분배율 제고 관점으로 접근하는 게 공정하다”고 말했다.
이는 정부가 기업의 임금체계를 호봉제에서 직무성과급으로 확산하려는 노동개혁 목표를 겨냥한 것으로 풀이한다. 그동안 직무성과급의 장점 중 하나로 공정한 보상이 거론돼서다. 권 교수는 “동일한 직무를 수행하는 근로자가 같은 임금을 받을 수 있다면, 직무급이 공정성 제고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며 “하지만 전체 노동시장이 아니라 단일 기업으로 보면 이 기업의 임금체계는 연공급이든, 직무급이든 공정 문제가 아니라 인사관리의 효율성과 가깝다”고 설명했다. 기업 스스로 근로자 유지와 채용이란 목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식을 선택해야 한다는 것이다.
권 교수는 정부 역할에 대해 “국가가 관심을 가져야 할 과제는 임금체계와 관련한 기업과 근로자 사이의 정보 불균형 해소”라며 “근로자는 어떠한 기준으로 자신의 임금수준의 결정되는지 알아야 한다”고 제안했다. 플랫폼 노동까지 등장하면서 근로자 스스로 적정한 임금이 지급되는지 알지 못한다는 우려는 노동계에서 점점 커지고 있다.
정 교수는 이날 토론회 두번째 발제자로 나서 조선업의 이중구조와 정부의 상생협의체에 대해 평가했다. 노동시장 이중구조는 기업 규모, 고용 형태, 원·하청간 격차로서 임금 불평등을 만든다. 여러 산업 중 조선업에서 이중구조가 심하다고 판단한 정부는 대책으로 2020년 10월 조선업 상생협의체를 만들었다. 협의체에 참여한 조선업 원·하청은 보상 수준 격차를 줄이고 임금 체불 방지, 인력 양성 지원 등을 통해 상생을 약속했다. 상생협의체를 구성한 업종은 점점 늘고 있다.
정 교수는 전문가로서 상생협의체에 참여했다. 정 교수는 “협의체 1년을 결산하면 임금인상, 복리후생 확대 노무비 직접 결제 제도 도입, 외국인 인력 확대를 통해 조선업 생산 정상화를 도왔다”면서도 “기성금에 대한 투명한 운영, 다단계 하도급인 물량팀 최소화, 숙련인력 차등 보상 등은 미완성 과제로 남았다”고 평가했다. 정 교수는 노동계가 상생협의체의 한계로 지적한 노조의 미참여도 수용했다. 정 교수는 “노조의 참여도 검토됐지만 원·하청 사측 모두 반대 의견이 많았다”며 “정부도 기업 반대를 딛고 노조 참여를 보장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고 아쉬워했다.
매년 열리는 노동 3대 학회 토론회는 대표적인 노동 교수들이 정책을 평가하고 대안을 제시해왔다. 2022년 토론회는 현 정부의 노동개혁 밑그림을 제안한 전문가 기구인 미래노동시장연구회가 이 토론회를 주관했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이날 토론회 인사말에서 “발제와 토론은 정부 정책의 큰 자양분이 될 것”이라며 “정부는 사회적 대화와 노동개혁을 흔들림 없이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