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의 노동개혁 방식이 박근혜 정부의 노동개혁을 닮아가고 있다. 박 정부 때 개혁은 현 정부처럼 대통령의 강한 의지 아래 노동계와 경영계, 정부의 사회적 대화를 기반으로 한 점에서 평가 받는다. 하지만 박 정부 개혁은 현재처럼 개혁 입법이 어려운 여소야대 국면에서 정부 주도 행정력을 밀어부치다가 무위로 그쳤다.
23일 국회, 노동계 등에 따르면 정진석 신임 대통령 비서실장은 박 정부 후반기인 2016년 새누리당(현 국민의힘) 원내대표를 지내면서 당시 정부의 국정 목표인 노동개혁 입법을 강하게 촉구해왔다.
이런 평가를 뒷받침하는 대표적인 ‘장면’은 2016년 6월 20일 국회 교섭단체 연설이다. 당시 정 실장은 새누리당 원내대표로서 청년 실업과 비정규직 보호, 소득 불평등 해소를 위해 노동 개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연설 한 달 전 구의역에서 비정규직 청년이 혼자 일하다 목숨을 잃는 사고까지 일어나 전 사회적으로 비정규직 보호에 대한 공론화가 컸다. 정 비서실장은 “구의역 사건은 정규직에 대한 과도한 보호가 비정규직의 수탈로 이어지는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고스란히 드러냈다”며 “노동개혁을 통한 양극화 극복은 박근혜 정부가 추진하는 노동개혁”이라고 개혁 입법 국회 통과를 촉구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정 비서실장의 연설과 박 정부의 개혁은 무위로 그쳤다. 박 정부는 집권 3년 차인 2015년 노동을 비롯해 공공·교육·금융 개혁에 드라이브를 걸었다. 1년여 간의 노사정 사회적 대화 끝에 2015년 9월 15일 노사정 대타협이 이뤄졌다. 당시 합의는 박 정부의 핵심 국정 과제인 청년고용을 비롯해 임금 불평등을 만든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선이 뼈대다. 하지만 당시 정부는 대타협 직후 저성과자 일반해고 기준 등이 담긴 일명 양대 지침을 시행하면서 한 발 더 나갔다. 결국 노동계를 대표해 사회적 대화에 참여했던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은 2016년 1월 노사정 대타협을 파기했다. 개혁 입법들도 제19대 임기 종료로 폐기됐다.
당시 노사정 대타협 파기는 이전 정부의 노동 개혁 과정에서 찾아볼 수 없을 만큼 이례적이다. 김영삼·김대중·노무현·이명박 정부는 모두 일자리 분야에 대한 합의나 협의에 성공했다. 다만 경제 위기 속 정리해고제를 도입한 김대중 정부를 제외하곤 모두 노동 개혁의 핵심사항 합의에는 실패했다. 한국노동연구원이 작년 12월 발간한 '노동개혁 과제 쟁점분석과 추진방법 연구’ 보고서는 “박 정부가 정부여당 주도 입법 대신 사회적 대화를 추진한 배경에는 개혁과제 다수가 입법이고 여소야대 상황이었다는 점이 영향을 미쳤다”며 “입법이 야당의 반대에 막히자 행정지침을 강행했다, 결과는 사회적 합의 파기와 출구 없는 노정 대립의 시작이었다”고 평가했다.
공교롭게도 윤석열 대통령도 개혁 의지가 역대 정부 보다 강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방식도 임기 초반 정부 주도 개혁을 하다가 노사정 대화를 노동개혁의 동력을 삼을 방침이다. 현 정부는 박 정부 때처럼 노동시장 이중구조 해결을 전면에 내세웠다. 노사정 대화의 대표 주체도 노동계는 한국노총이, 경영계는 한국경영자총협회가 맡고 있다. 노사정 대화가 시작된 시기도 집권 3년차란 점에서 박 정부와 같다. 개혁이 어려운 여건도 마찬가지다. 여소야대 국면에서 박 정부의 개혁을 좌초시킨 노동계의 개혁에 대한 반발도 여전한 상황이다. 노동개혁 보고서는 “노동개혁은 늘 정부의 과업이 되고 노사는 개혁의 대상이 되는 바람에 막바지에 무산되거나 표류해왔다”며 “개혁은 사회적 대화를 통해 힘겨루기가 아닌 힘모으기 방식으로 개혁 과제를 풀려는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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