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치성 질환으로 등이 굽고 허리가 꺾이는 등 고통받던 '국민 마라토너' 이봉주(54)가 투병 후 처음으로 마라톤 대회에 참가해 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선사했다.
이봉주는 21일 삼척 엑스포 광장에서 열린 ‘제28회 삼척 황영조 국제마라톤대회’에서 출발선에서 약 150m가량을 달렸다. 황영조 국민체육진흥공단 감독도 이봉주의 곁을 지키며 함께 달렸다.
이봉주는 지난 2020년 원인 불명의 통증에 시달리다 ‘근육긴장 이상증’ 진단을 받고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근육이 굳거나 몸이 뒤틀리는 증세를 겪었다.
목이 90도로 꺾이는 등 거동마저 어려웠던 이봉주는 지난 2021년 6시간에 걸쳐 ‘척수지주막낭종’ 제거 수술을 받았다.
이후 꾸준히 재활에 힘써온 이봉주가 4년만에 마라톤 대회 출전한 것은 그 자체로 42.195km를 완주한 것 이상의 감동을 줬다.
강원일보 유튜브 채널에는 많은 참가자 사이에서 ‘11342′ 번호를 달고 웃으며 달리는 이봉주의 모습이 담긴 영상이 올라왔다. 이봉주는 “오늘은 제가 삼척의 사위가 된 의미 있는 날이다. 결혼기념일”이라며 “늘 저와 동행하셨던 장인어른이 지난해 돌아가시면서 함께 못 오게 되어서 아쉽다. 장인어른도 여기 어딘가에 오셔서 축하해주고 계실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봉주는 “몸이 많이 좋아졌지만 완전히 돌아오지는 않았다"며 "노력해서 5km, 10km, 그 이상을 뛸 수 있게 몸을 만드는 게 최대 목표”라고 의지를 불태웠다. 이에 현장에 함께 있던 대회 참가자들은 “이봉주 화이팅!”을 외치며 그를 응원했다.
‘불멸의 마라토너’ ‘희망의 아이콘’ ‘봉달이’ 등의 애칭을 가진 이봉주는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 은메달, 1998년 방콕 아시안 게임·2002년 부산 아시안 게임 금메달, 2001년 보스턴 마라톤 대회 우승 등의 기록을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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