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0 총선이 끝나자마자 더불어민주당이 입법 독주를 가속화하며 국회뿐 아니라 산업계의 혼란도 증폭되고 있다. 입법 폭주가 총선 민의는 아니지 않느냐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특히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야당이 단독 처리한 가맹사업법 개정안은 본회의까지 통과할 경우 120조 원 규모인 국내 프랜차이즈 산업의 근간마저 흔들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2대 국회에서도 거대 의석을 예약한 야당이 일방적인 입법 행태를 반복할 가능성이 커지며 여야 간 협치에 대한 기대감도 쪼그라들고 있다.
23일 정무위 전체회의에서 야당이 본회의 직회부를 단독 의결한 가맹사업법은 지난해 12월 상임위 통과 후 4개월 가량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돼 있다. 가맹 본사를 상대로 가맹 점주에 단체교섭권을 부여하고 본사가 협의 요청에 응하지 않을 시 제재를 받게 하는 규정이 불합리해 여당이 강하게 반발했기 때문이다. 정무위 여당 간사인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의사진행발언에서 가맹사업법에 대해 “하나의 프랜차이즈에도 복수 노조가 생겨서 본사와 점주 간 갈등은 불 보듯 뻔하다”고 비판했다.
유통 업계도 국회를 향해 지속적으로 입법 반대 목소리를 내왔다. 가맹 사업 시장이 매년 급격한 성장세를 보이며 고용 등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커지고 있는데 졸속 입법으로 프랜차이즈 산업 자체를 위축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앞서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는 2월 결의 대회를 열고 “영세 중소기업이 대다수인 1만 1000여 개 가맹 브랜드마다 복수 단체들이 난립하고 협의 요청이 남발하면 정상적 경영이 불가능해지고 산업은 쇠퇴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사업자인 가맹 본부는 2022년 8183개에서 지난해 8759개로 늘어났으며 프랜차이즈 시장 규모는 지난해 기준 120조 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공정위 또한 가맹사업법의 절차적 하자를 지적하며 우려를 표시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이날 “개정안을 사전에 면밀하게 검토하고 주무 부처로서 입장을 충분히 개진할 기회를 얻지 못했다” 면서 “이번 부의 처리로 법사위 심사 과정도 생략된 것 아니냐”고 꼬집었다.
‘민주유공자 예우법’ 제정안 역시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지 못한 것은 마찬가지다. 이날 정무위에서 민주유공자법 제정안이 본회의에 직회부되기로 하자 보훈부는 즉각 입장문을 내고 “명확한 (민주 유공자) 인정 기준과 범위가 규정되지 않은 채 의결된 데 대해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다만 야당 정무위원들은 “(유공자 인정) 대상자에서 국가보안법과 형법상 살인죄 등 형이 확정된 사람은 제외했고 지원 내용 또한 대상자와 유가족에 대한 의료 지원과 양로 등만 규정했다”며 ‘운동권 셀프 특혜법’이라는 여당의 주장을 반박했다.
앞서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에서 야당이 18일 양곡관리법 개정안 등을 본회의에 직회부한 데 이어 채상병 특검법, 전세사기 특별법 등도 5월 임시국회 내 통과를 벼르고 있어 21대 국회 마지막까지 여야 대치가 격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여당은 민생 법안이 아닌 정쟁 법안들만 야당이 밀어붙이고 있어 본회의 개최에 결코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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