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복제 영상시대’잖아요. 우리는 영상시대에 살고 있죠. 영화나 드라마, 또 쇼츠가 유행인 데 한번 찍히면 수없이 쉽게 복제되는 영상시대에 살고 있기 때문에 결국 책을 안 읽게 되죠. 독서율이 엄청 떨어졌어요. 주위에서 책이 안 팔린다 끊임없이 걱정하는 데 시대 변화에 따라 책도 변화를 더 해야 합니다. 그래서 나온 것들이 오디오북 등이지만 실제 종이책에 대해서도 우리 작가들이나 출판사, 관계하는 모든 분들이 변화에 따라가기 위한 고민을 더해야 한다고 봅니다.”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23일 ‘세계 책의 날’을 맞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세종라운지에서 열린 기념행사에 참석해 이렇게 말했다. 유 장관이 지난 10월 취임 이후 ‘책’과 ‘독서’에 대해 공개적으로 발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유 장관은 지난 3월 14일 출판업계와 비공개 간담회를 가진 바 있다. 4월 18일 ‘제4차 독서문화진흥계획(2024~2028)’은 별도의 브리핑 없이 자료만 내놓았다. 유 장관과 문체부에 ‘책’과 ‘독서’는 아픈 손가락이다. 성인 독서율(1년 중에 책을 1권이라도 읽은 국민 비율)은 매년 급락하며 2023년 겨우 43%에 머물렀다. 책 판매 부진에 출판계도 어렵다. 그럼에도 올해 책 관련 정부 예산은 작년 대비 10% 정도 오히려 깎였다.
유 장관은 “독서율은 정부가 아무리 올리라고 한다고 되는 것은 아니다”며 “결국 좋은 책이 읽히는 것이다. 좋은 작가가 나오고 출판사가 읽힐 만한 책을 출판해야 한다. 이러한 좋은 책이 제작되고 판매, 유통될 수 있도록 시스템을 정리해주는 게 정부가 할 일”이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책임 회피는 아니다. 제가 작년에 와서 보니 올해 예산이 많이 삭감됐다. 그리도 주어진 한계 안에서 어떻게든지 최선을 다하려 한다. 지금이 내년 살림을 결정하는 중요한 시기로, 내년 예산은 오는 6월에 정리된다. 올해 삭감된 만큼은 내년에 확실하게 확대시키려고 한다”고 약속했다.
깜짝 이벤트로 유인촌 장관은 이날 황정민 배우와 함께 셰익스피어의 작품 ‘맥베스’의 일부 대사를 낭독했다. ‘책의 날'을 붐업하는데는 최고의 팬서비스였다는 평가다. 이날 낮12시에 시작된 행사에는 100여명의 시민이 참석했따.
문체부는 이에 대해 “‘세계 책의 날’이 1616년 4월 23일 셰익스피어가 서거한 역사 등에서 유래됐다는 점에서 셰익스피어 작품이 선정됐고, 또 황 배우와 유 장관이 과거 셰익스피어 작품을 공연했다는 인연으로 이번 프로그램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유 장관은 낭독회에 앞서 일반 시민들을 대상으로 책과 꽃을 선물을 하기도 했다. 이어 장강명·김민영 작가가 ‘더 많은 책, 더 넓은 세계’를 주제로 한 ‘북토크’를 진행했다.
한편 이날 행사 시작에 앞서 출판노동조합협의회가 노동 환경 개선을 촉구하는 기습 ‘팻말 시위’를 벌이는 소동이 있었다. 주최측 제지에도 불구하고 시위가 계속되는 가운데 행사장에 도착한 유 장관이 일단 진정을 시켰다.
출판노조 관계자는 “출판 노동자들의 환경은 너무 열악한 상황”이라며 “표준계약서 문제와 함께 세종도서 선정 시 임금체불 출판사를 제외하는 것 외에 다른 조건이 강화돼야 한다. 출판문화산업진흥법 개정과 예술인권리보장법에 대한 이야기도 (장관과) 하고 싶다”고 주장했다.
유 장관은 “(출판노조 주장은) 기본적으로 출판사와 해결해야 하는 부분으로 생각된다. 다만 정부에 요구할 것이 있다면 별도로 만나서 이야기해보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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