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당 대표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를 조속히 열 수 있는 ‘관리형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리기로 했지만 정작 비대위를 이끌 사령탑 인선은 구인난을 겪고 있다. 비대위원장 후보군으로 5선 이상 중진 의원들이 거론되지만 모두 난색을 표해 지도부 공백이 장기화할 우려도 있다. 차기 원내 사령탑을 뽑는 경선이 9일 남았는데 당 안팎에서는 ‘친윤’ 원내대표와 ‘비윤’ 당 대표의 역할 분담론도 제기된다.
윤재옥 국민의힘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23일 중진 당선인들과 만나 신임 비대위원장 인선에 대한 의견을 청취했다. 이 자리에서 윤 대표 대행은 비대위원장을 맡아달라는 중진들의 요청에도 끝내 고사했다. 결국 5선 이상 중진에게 비대위원장을 맡기는 것으로 공감대가 이뤄졌다.
현재 당내 5선 이상은 조경태·주호영·권성동·권영세·김기현·윤상현 의원과 나경원·조배숙 당선인이다. 하지만 정작 5선 이상 중진들 모두 비대위원장을 사양하면서 윤 대표 대행이 개별 접촉하는 것으로 정리됐다. 원내 핵심 관계자는 “지금 비대위원장은 실권도 없는데 자칫 욕만 먹고 내부 적만 만들 수 있어 다들 고사한다”며 “전당대회까지 자기 목소리 내지 않고 안정적으로 관리만 할 인물을 찾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끝내 적합한 인물을 찾지 못할 경우 윤 대표 대행이 ‘울며 겨자 먹기’로 비대위원장을 맡아 전당대회를 치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다음 달 3일 여당 원내대표를 놓고 경선을 벌일 후보들은 몸풀기에 나섰다. 차기 원내대표는 22대 국회에서 192석의 거대 야당을 상대로 고도의 협상력을 발휘하며 정부의 입법 과제를 실천해야 하는 중요한 자리다. 당 안팎에서는 이른바 ‘찐윤’으로 불리는 이철규 의원의 등판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이 의원은 최근 자신이 영입했던 총선 외부 인재 출신 당선인들과 잇따라 만나며 세 몰이에 나서고 있다. 이 의원은 원내대표 출마 여부에 대해 “주변 의견을 좀 더 들어보고 당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결정하겠다”며 출마 가능성을 숨기지 않았다. 조정훈 의원은 이날 “‘친윤’이 죄는 아니다. 대통령과 친하다는 게 죄가 될 수 없다”며 이 의원에게 힘을 실었다.
4선에 성공한 김도읍 의원도 원내대표 후보군으로 꼽힌다. 부산·경남(PK) 출신의 한 중진 의원은 “총선 참패에도 ‘윤핵관’으로 통하는 이 의원이 원내대표를 맡으면 당이 다시 과거로 돌아간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며 “이번 총선에서 사실상 PK가 당을 살려놓은 만큼 김도읍 의원이 적격”이라고 강조했다. 김도읍 의원은 출마를 놓고 막판 고심 중이다.
일각에서는 이 의원과 ‘수도권 당권 주자’로 거론되는 나 당선인 간 연대 가능성도 제기한다. 조정훈 의원은 “원내대표가 대통령실과 소통이 편한 분으로 되면 당 대표는 어느 정도 건강한 긴장 관계를 유지하면서 당 대표와 원내대표가 균형을 맞추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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