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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제용 대표 "지역 속으로 파고드는 공연…마포에선 누구나 문화 즐기죠" [이사람]

■송제용 마포문화재단 대표

"지원하되 간섭은 하지 않는것이 모토"

자신의 음악세계 마음껏 펼치게 하고

관객엔 저렴하게 최고수준 공연 선사

클래식 공연 돈 안된다는 편견 허물어

인디 뮤지션에 음반제작 등 지원하고

전통가곡 부흥 위해 뮤지컬 만들기도

본지와 하반기 '브런치 콘서트' 개최

클래식 곡에 미술전문가 해설 곁들여

송제용 마포문화재단 대표가 서울 마포구 마포문화재단에서 서울경제신문과 인터뷰를 갖고 있다. 성형주 기자




대한민국의 중심 서울, 그중에서 ‘문화의 중심’을 꼽으라면 마포구를 첫 손가락에 꼽는 이들이 많다. 수많은 창작자들과 젊은이들이 홍대와 합정, 신촌, 이대를 중심으로 문화의 새로운 흐름을 이끌어 가고 있다. 마포구는 ‘인디의 요람’이자 ‘밴드의 성지’이며 ‘클럽 문화의 발상지’이기도 한 문자 그대로 한국 문화를 대표하고 선도하는 지역이다. 마포구를 문화의 중심지로 가장 먼저 떠올리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런 마포구의 문화를 이끌어 나가며 예술 공연과 대중문화 이벤트의 중심에 서 있는 곳이 바로 마포문화재단이다. 지방자치단체 중 세 번째로 설립된 문화재단으로 수많은 타 지자체와 기업이 마포문화재단의 노하우를 배우기 위해 재단을 드나든다. 공공재단 중 마포문화재단처럼 새로운 것을 시도하고 도전하며, 또 그것을 성공시키고 호평받는 재단은 흔치 않다. 재단을 이끌고 있는 송제용 마포문화재단 대표이사는 최근 서울경제신문과 만나 “마포의 문화는 자연산”이라며 “이제 외부에서도 인정받는 재단이 된 것 같아 뿌듯하다”고 소감을 말했다.

송제용 마포문화재단 대표가 서울 마포구 마포문화재단에서 서울경제신문과 인터뷰를 갖고 있다. 성형주 기자


재단은 올해도 풍성한 사업들을 준비 중이다. 우선 지난해 재단 창립 이래 최초로 도입한 올해의 아티스트 프로젝트 ‘M 아티스트’의 무대가 펼쳐진다. 재단은 매년 한국 클래식계를 이끌어 갈 재목들을 선정해 공연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아티스트는 직접 공연 레퍼토리를 선정해 솔로 리사이틀을 개최하고 오케스트라와 야외 협연 무대도 갖게 된다. 음악가는 제약 없이 자신의 음악 세계를 마음껏 펼칠 수 있고 재단은 수준 높은 공연 프로그램을 확보할 수 있다. 관객들은 저렴하게 세계 최고 수준의 공연을 볼 수 있어 일석삼조다. 송 대표는 “문화재단의 존재 가치를 지키려고 시작한 것”이라며 “지원은 하되 간섭은 하지 않는 것이 모토”라고 말했다. 그는 “클래식 공연이 돈이 안 된다는 편견도 깨고 싶었다”며 “지난 6번의 공연은 모두 흑자였다”고 밝혔다.

올해의 M 아티스트는 바이올리니스트 김동현이다. 김동현은 1999년생의 촉망받는 아티스트로 예원학교 전 학기 수석, 한국예술종합학교 최고 성적 입학, 뮌헨 국립음악대학을 거쳐 스페인 마드리드 레이나 소피아 음악학교에서 크리스토프 포펜을 사사 중인 재원이다. 2019년 차이콥스키 콩쿠르에서 3위를 수상해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다. 송 대표는 “콩쿠르에서 1등을 한 분들은 공연 기회가 많지만 2등은 실력이 있지만 공연 기회가 적다”며 “그런 분들에게 공연 기회를 드리고 싶었다”고 이야기했다.

송제용 마포문화재단 대표가 서울 마포구 마포문화재단에서 서울경제신문과 인터뷰를 갖고 있다. 성형주 기자


다음 달에는 ‘해피메이 와글와글’이라는 이름의 가족 어린이 축제가 열린다. 4일부터 26일까지 마포아트센터 일원에서 열리는 축제로 12개 작품의 35회 공연을 만날 수 있다. 뮤지컬부터 발레, 거리극, 마술쇼, 콘서트와 클래식 공연까지 다양한 장르의 공연이 펼쳐진다. 특히 피아니스트 뱌체슬라프 그리야즈노프는 마포아트센터의 공연이 첫 내한이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넷플릭스의 인기 애니메이션 ‘명탐정 피트’의 뮤지컬도 마포에서 초연된다. 송 대표는 “어린이날도 그렇고 어디 딴 곳을 안 가고 센터만 오더라도 행복하게 돈 들이지 않고 가정의 달을 보낼 수 있다”고 말했다. 가을에도 가족 축제는 ‘와글와글 가을(가제)’이라는 이름으로 개최된다. 마포문화재단은 올 하반기에 서울경제신문과 함께 ‘브런치 콘서트’도 준비 중이다. 클로드 모네와 앙리 마티스, 파블로 피카소 등 세계적인 미술가의 작품 소재가 된 클래식 곡들을 미술 전문가의 해설을 곁들여 실력파 연주자들이 마포아트센터 무대에 올린다.

마포문화재단의 1년 스케줄 중 가장 명성이 높은 프로그램은 ‘M 클래식 축제’다. 올해로 9회를 맞는 축제는 9월부터 12월까지 마포구 전역에서 열린다. 지자체의 축제로는 유례없는 순수 예술 축제로 수준 높은 라인업으로 클래식 팬들의 호평을 받고 있다. 올해의 테마는 ‘보헤미안’으로 말러·드보르자크 등 체코 출신 작곡가들의 레퍼토리를 중심으로 꾸려진다. 올해는 축제 역사상 최초로 예술감독도 선임했다. 차세대 작곡가 손일훈이 예술감독을 맡아 독주부터 합창·트리오·오케스트라·실내악 등 다양한 형태의 공연을 선보인다. 송 대표는 “마포구민보다 용산·서초구민이 공연을 더 많이 보러 온다”며 미소를 지었다.

송제용 마포문화재단 대표가 지난달 15일 서울 마포구 마포문화재단에서 서울경제신문과 인터뷰를 갖고 있다. 성형주 기자




지자체에서 제작하는 공연이라고 믿기 힘든 세계적 수준의 아티스트들도 만날 수 있다. 세계적 성악가인 베이스바리톤 사무엘 윤과 베이스 연광철의 가곡 공연이 각각 7월과 12월 준비돼 있다. 2018년부터 매년 한국 가곡 공연을 개최하며 한국 가곡 부흥을 위해 노력한 재단은 한국 가곡을 소재로 한 뮤지컬 ‘첫사랑’을 2022년 직접 제작하기도 했다. 지난해에는 창작 가곡도 제작해 음원을 발매했다. 송 대표는 “예산과 출연료가 적지만 진정성을 통해 섭외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클래식뿐 아니라 대중음악 분야도 강하다. 대중음악 레전드들의 무대를 만날 수 있는 ‘어떤가요’ 시리즈가 있다. 올해 조성모, 뱅크, 유리상자, 위일청, 녹색지대 곽창선이 무대에 올랐고 6월에는 혜은이와 김범룡, 8월에는 현진영과 R.ef 이성욱, 노이즈 홍종구·한상일이 무대를 꾸민다.

인디 음악의 발상지인 마포구인 만큼 인디 뮤지션 지원 사업도 있다. 아현동에 위치한 서울마포음악창작소에서는 뮤지션에게 음반 제작 기회를 제공하고 CJ ENM의 작곡가 발굴 프로그램 ‘오펜 뮤직’과 협업해 작곡가에게 공간도 제공한다. 올해는 청소년 밴드 경연 ‘중등밴드’도 열 예정이다. 송 대표는 “저도 중학교 때부터 밴드를 했다”며 “어린 친구들이 음악을 한다고 하면 엠넷 같은 곳에서도 관심 있게 보지 않을까 싶다”며 웃었다.

송제용 마포문화재단 대표가 지난달 15일 서울 마포구 마포문화재단에서 서울경제신문과 인터뷰를 갖고 있다. 성형주 기자


센터 리모델링 후 처음으로 연극 시리즈도 선보인다. 7월에는 한 마을에서 죽마고우로 자란 친구들의 이야기를 그린 ‘세상친구’가, 8월에는 보도지침 폭로 사건을 소재로 한 연극 ‘보도지침’이 소극장에서 개막한다.

센터 상주 예술단체도 있다. 올해는 서울발레시어터가 상주 단체로 활약하게 된다. 다음 달 ‘신,데렐라’, 11월 ‘피터팬’, 12월은 연말에 꼭 봐야 하는 ‘호두까기 인형’의 공연이 열린다. 이들은 관내 학교 대상의 공공 프로그램 ‘발레톡톡’도 준비해 지역사회에 공헌할 예정이다.

주민들이 참여하는 다양한 프로그램도 있다. 구민들의 동아리 활동을 지원하는 생활 예술 동아리 축제 ‘꿈의무대 M’, 지역 예술인 발굴 프로젝트 ‘마포스타M’ 등이 그 사례다. 송 대표는 “합창단도 잘돼 있다”며 “국립오페라단 예술감독을 하셨던 분이 실버합창단 지휘도 하실 정도”라고 말했다. 독립 서점 문화가 발달한 마포구인 만큼 야외 도서 축제 ‘무대 위의 책방’도 열린다.

송 대표는 “영국의 헌책방 도시처럼 만드는 것이 장기적 목표였다”고 이야기했다.

송제용 마포문화재단 대표가 서울 마포구 마포문화재단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갖고 있다. 성형주 기자


이 모든 행사들을 구민들은 놀라운 혜택과 함께 즐길 수 있다. 재단과 제휴한 마포구 지역 카페·서점·마트 등의 고객을 대상으로 특별 할인가에 공연 티켓이 제공된다. 단돈 1000원에 재단의 기획 공연을 볼 수 있는 것이다. 송 대표는 “마포구에서 돈이 없어서 공연을 보지 못한다는 말은 있을 수 없다”며 “누구나 문화를 즐길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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