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민지(26· NH투자증권)는 그야말로 ‘대세’였다. 2021년과 2022년 각각 6승씩을 거두며 ‘민지 천하’를 이뤄냈다. 지난해도 2승을 거두며 개인 통산 승수를 18승으로 늘렸다.
지난해는 ‘극강’으로 군림했던 모습과는 거리가 있었다. 부상이 박민지의 발목을 잡았기 때문이다. 찌르는 듯한 격렬한 통증을 동반하는 삼차신경통으로 인해 치료와 투어를 병행하며 힘든 시간을 보냈다. 이 사이 이예원(21·KB금융그룹)과 임진희(25·안강건설)가 각각 상금왕 등 3관왕과 다승왕을 하며 박민지의 자리를 대신했다.
2024년 새 시즌 박민지는 좋았던 때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개막전이었던 하나금융그룹 싱가포르 여자오픈과 태국에서 열린 블루캐니언 레이디스 챔피언십에서 각각 공동 12위와 공동 4위를 기록하며 부활 채비를 마쳤다.
24일 경기 양주 레이크우드CC(파72)에서 한 달여 만에 필드로 복귀한 그를 만나봤다. 이곳에서는 25일부터 4일 동안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시즌 첫 메이저 대회 크리스에프앤씨 KLPGA 챔피언십(총상금 13억 원)이 열린다.
현재 부상에서 많이 회복했다는 박민지는 “처음에는 통증이 머리 부분에 집중돼 힘들었는데 지금은 많이 나아진 상태”라고 말했다. “쉬는 동안 책을 많이 읽었다. 골프와 관련 없는 책들도 많이 읽었는데 다 읽고 나면 복잡했던 생각이 많이 비워지고 오히려 골프에 집중할 수 있었다”고도 했다.
박민지는 “생각을 비운 뒤 대회에 출전하니 오히려 성적이 더 나더라. 해외에서 열린 두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둔 게 그 덕을 보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박민지는 핑골프에서 대회 우승자들에게 수여하는 골드 퍼터를 5개나 받았다. 핑은 전 세계 주요 정규 투어 대회에서 우승한 선수에게 승수에 비례해 골드 퍼터를 제작해 전달하는 전통을 이어오고 있다. 2개를 만들어 하나는 미국 본사 보관실에 두고 하나는 선수에게 준다. 선수 이름과 대회명 날짜가 새겨져 있다.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와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메이저 대회 우승자에게는 순금으로 제작된 골드 퍼터를 주고 그 외 대회 우승에는 24K 도금 제품을 선물한다.
박민지는 “시즌 초반인데 이런 선물을 받게 돼 기쁘다. 더 많은 골드 퍼터를 받을 수 있도록 남은 대회에서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번 시즌 박민지의 목표는 ‘3승’이다. 통산 18승을 올리고 있는 박민지는 3승만 추가하면 역대 최다승 부문에서 신기록을 세울 수 있다. 현재 이 부문 최고 기록은 고 구옥희와 신지애가 보유하고 있는 20승이다.
이에 대해 박민지는 “20승은 꼭 이루고 싶고 여유가 된다면 1승을 더 하고 싶다. ‘행복한 골프’라는 궁극적인 목표를 갖고 재미있게 경기를 하다 보면 목표를 초과 달성할 수도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