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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5엔도 뚫은 엔저…日 당국 '구두개입' 안 먹히는 이유는

당국 수차례 구두개입 불구 시장내 효과 미미

미일 금리차 겨냥 투기세력 외 국내 円 매도↑

수입기업 弗조달, 수출기업 이익 해외재투자

넷플릭스 이용료 등 '디지털 적자'도 영향 줘

해외요인에 내부 구조적 배경 더해져 가속화

환율 개입 주목 속 "美 금리 변경없인 한계"

155엔까지 뚫린 엔·달러 환율


엔화 가치가 달러당 155엔대까지 떨어져 34년 만의 최저치를 기록했다. 미국의 금리 인하 기대감이 후퇴하면서 일본 통화 당국의 수차례의 구두 경고가 좀처럼 힘을 쓰지 못하는 가운데 미·일 금리 차를 겨냥한 투기 매매 외에도 엔화 매수 수요가 저조한 일본 내부의 구조적인 상황이 ‘역사적 엔저’를 부추기는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24일(현지시간) 뉴욕 외환시장에서 엔화 가치는 달러당 155.37엔까지 떨어졌다. 이는 1990년 6월 이후 34년 만의 낮은 수준이다.

미국 경제가 여전히 견조하다는 관련 지표가 잇따라 발표되면서 미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금리 인하 시점이 뒤로 밀릴 것이라는 전망은 점점 확산했기 때문이다. 미국의 금리 인하가 멀어질수록 일본의 낮은 금리와의 격차가 부각돼 달러 매수, 엔화 매도 움직임이 한층 강화된다.





日 국내에서 강한 ‘달러 매수’ 수요…엔저 압박
수입기업 달러 조달↑·디지털 적자 확대도 요인


최근의 엔저에는 ‘미국 경제’라는 큰 요인이 있지만, 일본 내부의 구조적인 요인들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일본 정부의 말발(구두 개입)이 시장에서 좀처럼 ‘먹히지’ 않는 배경에는 ‘자국 내 강한 달러 매수 수요’가 있다. 예컨대 엔저가 실적에 순풍이 되는 수출 기업과 달리 수입 기업들은 지금의 엔저로 수입 가격이 올라 달러가 더 필요할 수밖에 없다. 미쓰비시 UFJ 신탁은행의 오카다 유스케 조사역은 “엔저 심화에 따른 비용 증가를 피하려 수입 기업들이 달러 조달을 서두르고 있다”고 설명했다. 해외 정보기술(IT) 대기업에 대한 지불 증가도 ‘엔화 매도 압력’의 요인으로 지목된다. 국경을 초월한 유료 동영상 전송 서비스 등이 보급되면서 미국 넷플릭스와 아마존 등 해외 플랫폼에 대한 지불 비용이 늘고 있다는 것이다. 일명 ‘디지털 적자’의 확대다. 디지털 적자란 일본인이나 일본 기업이 해외 기업의 디지털 서비스를 많이 이용해 국제 수지에서 디지털 관련 부문이 적자를 나타내는 상황을 가리킨다. 일본인이나 일본 기업이 해외의 디지털 서비스를 이용할 때는 일본 엔으로 결제가 이루어지고, 그 후 해외 기업은 최종적으로 일본 엔을 미국 달러 등의 외화로 바꾼다. 이때 엔을 달러로 바꾸는 ‘엔화 매도, 달러 매수’가 일어나게 된다. 지난해 일본의 디지털 적자는 전년 대비 16% 늘어난 5.5조 엔이었다.

엔저 훈풍 수출기업도 이익 해외서 재투자
日주식 투자때 환 헤지 ‘엔 매도’ 조합 늘어




엔저로 실적이 불어난 수출기업들도 최근에는 투자 이익을 일본으로 보내지 않고, 현지에서 재투자하는 경향이 강해져 ‘엔화 매수, 달러 매도’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이 밖에도 올해 ‘붐’을 일으킨 일본 주식 투자 과정에서도 환 리스크를 헤지하기 위한 ‘엔 매도 조합’이 더해져 엔저 압력을 가했고, 소액투자비과세제도(NISA)로 국내는 물론 해외주식 투자가 증가하면서 엔화 매도가 가속화했다.

스즈키 슌이치 일본 재무상/연합뉴스


재무상 “환율개입 환경 갖춰져”, 내일 日銀총재 발언 주목
시장 “4월 금리 동결" 지배적…"美 변화없인 개입 한계"


엔화 가치의 ‘개입 저항선’이던 달러 당 152엔이 뚫리고 155엔까지 돌파하면서 초점은 통화 당국의 ‘환율 개입 시점’으로 옮겨가고 있다. 최근 한미일 재무장관 회담과 주요 7개국(G7)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의 공동 성명을 통해 일본 정부가 개입에 나설 환경은 갖추어졌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스즈키 슌이치 재무상도 23일 참의원 재정금융위원회에 출석해 환율 개입에 대한 질문을 받고 “(개입의) 환경이 갖춰졌다고 받아들일 수 있다”고 답했다.

한편, 지난달 마이너스 금리를 해제하고 17년 만에 금리 인상을 단행한 일본은행이 25~26일 금융정책결정회의를 여는 가운데 이번 회의에서는 ‘금리 추가인상’이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이에 시장에서는 26일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의 기자회견에서 금리나 환율, 이들 요소가 물가에 미치는 영향 등에 대한 발언에 주목, 추가 인상 시점을 가늠하려는 분위기다.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로이터 연합뉴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의 야마다 슈스케 연구원은 “일본은행의 가파른 매파(금리 인상) 전환이 전망되지 않기에 이번 회의는 엔·달러 상승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며 이 경우 재무성이 환율 개입에 나설 가능성이 점쳐진다고 밝혔다. 다만, 지금의 엔화 약세의 근본적인 원인은 미국 금리에 있는 만큼, 엔화 매수·달러 매도라는 일본 당국의 환율 개입이 얼마나 효과를 거둘지는 미지수다. 제프리스의 브래드 베첼 외환 전략가는 “미·일 중앙은행의 전망이 바뀌기 전까지는 엔저 흐름에 대항하는 것이 매우 어려울 것”이라며 “이 기조가 바뀌려면 인플레이션과 경제성장률의 둔화가 미국에서 확인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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