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언 등 고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자녀·배우자·형제자매에게 일정 비율의 유산을 상속하도록 한 ‘유류분(遺留分)제도’가 위헌이라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나왔다. 이는 1977년 유류분제도가 민법에 도입된 지 47년 만이다.
헌재는 25일 재판관 전원 일치 의견으로 피상속인(고인)의 형제자매에 대한 유류분을 규정한 민법 112조 4호가 헌법에 어긋난다고 결정했다. 해당 규정은 곧바로 법적 효력이 상실됐다. ‘피상속인의 형제자매가 상속재산 형성에 대한 기여나 기대 등이 거의 인정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유류분권을 부여하는 데 대한 타당한 이유를 찾기 어렵다’는 게 헌재의 판단이다.
현행 민법은 자녀와 배우자·부모·형제자매가 상속받을 수 있는 지분(법정상속분)을 정하고 있다. 이 때문에 피상속인이 유언 없이 사망할 경우 해당 조항에 따라 상속재산을 배분한다. 유언이 있더라도 자녀·배우자는 법정상속분의 2분의 1을, 부모와 형제자매는 3분의 1을 보장받는다. 그러나 유류분제도가 개인의 재산권을 지나치게 침해하는 등 사회 변화에 뒤떨어진다는 지적이 계속 제기돼왔다. 헌재는 2020년부터 접수된 개인이 낸 헌법소원 심판 청구와 법원의 위헌법률심판 제청 총 47건을 함께 심리한 뒤 이날 결정을 선고했다.
헌재는 또 유류분 상실 사유를 별로도 규정하지 않은 민법 제1112조 1~3호와 상속인에 대한 생전 기여분이 유류분 산정 기초 재산에 산입되는 민법 1118조 일부 내용은 헌법 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이에 따라 해당 조항은 2025년 12월 31일까지 적용된다. 이 기간 해당 법률 조항을 개정하도록 해 법적 공백을 막는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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