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재해를 당할 확률이 높고 임금 수준이 낮은 건설현장 일용직 근로자의 산재보상금이 줄어들 전망이다. 대법원이 산재보상금을 정하는 근로일수 기준을 조정해서다. 상당수 산재 근로자가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상황 인만큼 이들에 대한 적절한 보상 대책이 요구될 전망이다.
25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대법관 이동원)는 이날 근로복지공단이 삼성화재를 상대로 제기한 구상금 청구 소송에서 월 근무 일수를 22일로 인정한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하급심으로 사건을 돌려보냈다. 대법원은 판결을 통해 일용 근로자의 월평균 가동일수(근무일수)를 22일에서 20일로 줄여 판단했다. 근로시간이 줄어든 근로 현장을 반영했다는 설명이다.
우려는 대부분 건설 현장 근로자인 일용직 근로자가 산재를 당한 후 받는 보상금도 줄어들 수 있다는 점이다.
현재 산재보상은 일당과 가동일수로 산출되는 통상근로계수를 통한 금액의 70%를 휴업급여로 주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하루 15만원을 받는 근로자라면 종전 22일 가동일수 때 하루 7만6000원을 휴업급여로 받는다. 하지만 대법원 판결대도 20일을 기준으로 계산하면 7만350원으로 약 5000원이 감소한다.
대법원은 이번 판결이 모든 월 가동일수를 20일로 정한다는 의미가 아니라고 부연했다. 하지만 대법원 판결에 따라 고용노동부는 가동일수 조정 여부를 고민할 상황이다.
대법원 판결로 건설현장 일용직 근로자의 어려움이 더 클 전망이다. 건설업은 위험한 작업이 많아 매년 전체 산재사고의 절반을 차지해 온 업종이다. 하지만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이 지난달 4~15일 산재근로자 119명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에 따르면 ‘산재 발생 이후 생계 유지를 위한 경제적 어려움을 경험했느냐’는 질문에 74.8%가 ‘그렇다’고 답했다. 이들에게 산재 발생 이후 산재 승인까지 생계비 마련 방법을 묻자 ‘개인 예금 및 적금 해지’가 37.1%로 가장 많았다.
이는 산재 특성과 제도에 기인한 결과다. 산재근로자의 소속 사업장을 묻자 제조업이 31.1%로 가장 많았고 건설업(29.4%), 광업(14.3%)이 뒤를 이었다. 또 산재처리 과정에 대해 ‘어려움을 겪었다’는 비율은 54.6%로 절반을 넘었다. 67.2%는 요양급여, 휴업급여, 간병급여 등 산재보상급여 수준에 대해 ‘만족스럽지 않다’고 답했다.
산재로 인정되기까지 소득 공백이 산재 근로자의 어려움을 가중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산재 승인 전까지 치료비 부담 방법을 묻자 ‘건강보험과 본인부담’을 꼽은 비율이 43.8%로 가장 많았다.
한국노총은 이날 대법원 판결에 대해 논평을 통해 “일용노동자의 노동실태를 반영하지 못한 판결”이라며 “일용노동자는 손해배상 액수가 줄고 입증 책임까지 짊어지는 등 고통이 가중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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