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이 업무상 재해를 입은 근로자의 ‘일실수입(피해자가 사고로 잃게 된 장래소득)’을 산정할 때 주요 기준이 되는 월 가동 일수(근무 일수)를 기존 22일에서 20일로 변경했다. 근로기준법 개정과 연간 공휴일이 증가하면서 사실상 근무일이 줄었다는 이유에서다. 대법원이 21년 만에 근무 일수에 대한 판단을 변경하면서 배상금 역시 줄어들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대법원 2부(주심 대법관 이동원)는 25일 근로복지공단이 삼성화재를 상대로 제기한 구상금 청구 소송에서 도시 일용노동자의 월 가동 일수를 22일로 인정한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부산지법으로 사건을 돌려보냈다.
대법원은 “원심은 사고 당시 관련 통계나 도시 일용 근로자의 근로 여건에 관한 여러 사정을 좀 더 구체적으로 심리해 이를 근거로 도시 일용근로자의 월 가동 일수를 판단해야 했다”며 파기환송 이유를 설명했다.
앞서 대법원은 2003년 도시 일용근로자의 월 근무 일수가 22일을 초과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1992년에는 월 평균 근무 일수를 25일로 산정했다.
대법원이 기존과 달리 근무 일수를 줄인 것은 2003년 근로기준법 개정에 따라 2011년 7월 1일부터 주 5일제 근무 시행으로 인해 5인 이상 사업장 내 근로시간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관공서 공휴일에 관한 규정 개정으로 대체공휴일과 임시공휴일이 신설되면서 사실상 월 근무 일수가 2003년과 비교해 줄어든 점도 판결에 영향을 미쳤다.
재판부는 고용노동부의 고용형태별 근로실태 조사 결과를 언급하며 “고용노동부가 매년 실시하고 있는 고용형태별·직종별·산업별 최근 10년간 월 평균 근로 일수 등에 의하면 과거 대법원이 도시 일용근로자의 월 가동 일수를 22일 정도로 보는 근거가 됐던 각종 통계자료 등의 내용이 많이 바뀌어 그대로 적용하기 어렵다”고 짚었다.
일용직 근로자인 A 씨는 크레인의 후크에 연결된 안전망에서 작업을 하던 중 안전망이 한쪽으로 뒤집혀 바닥으로 추락해 상해를 입었다. 근로복지공단은 이 사건 사고를 업무상 재해로 인정해 피해자에게 휴업급여 2억 900만 원, 요양급여 1억 1000만 원, 장해급여 3167만 원 등 총 3억 5067만 원을 지급했다. 이후 근로복지공단은 크레인 보험사인 삼성화재에 7597만 원 규모의 구상금 지급 소송을 제기했다.
1심과 2심 재판부 모두 삼성화재의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했지만 근무 일수에 대한 판단은 달랐다. 1심은 근무 일수를 19일, 2심은 22일로 인정했다. 이에 삼성화재는 22일로 인정한 원심 판결이 부당하다며 상고했다.
이번 판결로 손해배상금과 보험금이 줄어들 가능성이 크지만 대법원의 근무 일수 20일 판단이 모든 소송에 일률적으로 적용되는 아니라는 입장이다.
대법원 관계자는 “이번 판결을 통해 손해배상액이 줄어든다는 우려가 있을 수 있으나 일을 하지 못해 발생한 손해인 일실수입에 관해 실제 손해를 손해배상액으로 인정해야 한다”며 “모든 사건에서 월 근무 일수를 20일로 인정해야 하는 것은 아니고, 피해자가 적극적으로 증명한 경우에는 20일을 초과하거나 사안에 따라 20일 미만의 월 근무 일수가 인정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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