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인의 북한 거주 자녀들이 상속재산분할심판을 위해 재산관리인 대신 변호사를 통해 합의에 이른 경우 남북가족특례법 위반으로 보수 약정이 무효처분 되더라도 위임에 따른 응당한 보수를 지급해야 한다는 취지의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28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제1부(주심 서경환 대법관)는 이달 4일 법무법인 신의가 북한주민인 피고 측에 제기한 보수 약정금 소송과 관련해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환송했다.
대법원은 "원심은 원고가 무보수로 이 사건 위임약정을 하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이유로 이 사건 보수약정과 함께 이 사건 위임약정도 무효가 된다고 판단하였다. 이러한 원심판단에는 민법 제137조의 일부무효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며 원고 측 상고가 이유 있다고 설명했다.
2012년 망인의 사망 이후 자녀이자 북한주민인 피고인들은 법무법인 신의를 통해 다른 상속인들을 상대로 상속재산분할심판을 청구했다. 항소심에서 상속인들 간 화해가 이뤄지면서 피고인들은 196억 원 상당의 재산을 분할받았다. 이에 법무법인 신의는 앞서 맺은 보수 약정에 따라 상속분의 30% 상당을 청구했다.
다만 피고 측은 "재산관리인 대신 법무법인을 위임한 것은 남북가족특례법에 위반돼 위임약정과 보수약정 모두 무효로 봐야한다"고 주장했다. 남북가족특례법 제15조는 '재산관리인을 통하지 아니하고 상속․유증재산 등에 관하여 한 법률행위는 무효로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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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1과 2심 모두 피고 측의 손을 들어줬다. 재산관리인을 통하지 않고 일반 법무법인을 통한 상속 및 유증 재산에 관한 법률행위는 무효이기 때문에 보수약정과 위임계약 모두 무효로 판단한 것이다.
하지만 대법원은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하급심으로 환송했다. 보수약정은 무효라 볼 수 있어도 위임약정은 무보수로 한다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응당한 보수를 지급할 묵시의 약정이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재판부는 "보수약정이 무효라고 하여 곧바로 이 사건 위임약정이 무상의 위임계약이 된다고 단정할 수는 없고, 단지 보수 지급 및 수액에 관하여 명시적인 약정이 없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또 "북한주민인 피고들로서는 아무런 보수를 지급하지 않고서 원고에게 사건을 위임하겠다는 의사가 있었다기보다는, 원고에게 어느 정도의 보수를 지급할 의사가 있었다고 보일 뿐만 아니라, 남한 내 상속재산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원고와의 위임계약이 필요한 상황이었으므로, 이 사건 보수약정이 무효가 된다는 사정을 알았더라도 이 사건 위임계약을 체결할 의사가 있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짚었다.
재판부는 "환송 후 원심은 이 사건 보수약정이 무효라고 하더라도 위임약정이 유효한 이상, 위임약정에 따른 보수액은 사건 수임의 경위, 사건의 경과와 난이 정도, 소송물 가액, 승소로 인하여 당사자가 얻는 구체적 이익, 의뢰인과 변호사 간의 관계, 기타 변론에 나타난 여러 사정을 참작하여 결정하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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