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로 여행 가셨을 때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파파고 누르시고 언어 선택만 하시면 돼요"
25일 강남구에서 운영하는 10곳의 정보화교실 중 하나인 대치4동주민센터 정보화교실에는 11명의 노인 수강생이 ‘키오스크 현장체험과 함께하는 스마트폰 기초’ 수업에 한창이었다. 정보화교실을 찾는 노인 수강생들의 ‘1타강사’로 꼽힌다는 송영숙 강사의 열띤 강의에 만학도들도 집중하며 수업에 열을 올렸다.
강사가 교육을 위해 띄운 휴대전화 화면이 수강생들의 책상에 설치된 컴퓨터 화면을 통해 큼지막하게 나타나자 각자 스마트폰을 쥔 손이 바빠지기 시작했다. 간단한 어플리케이션 활용에 성공하자 여기저기서 ‘우와'라는 감탄이 터져나오기도 했다. 젊은 세대에게는 익숙해 오히려 잊기도 하는 간단한 기능들도 이들에게는 생소한 모양새였다.
정보화교실에서 만난 김 모(78)씨는 “평소에 스마트폰을 이용해도 문자 보내고 전화 받는 용도였지만 이제는 다양한 기능을 이용할 수 있다”면서 “다만 젊은이들과는 다르게 매번 잊어버리기 때문에 반복해서 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강남구 정보화교실에서는 스마트폰 활용 외에도 65세 이상 노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다양한 특화과정이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수업의 역할만을 하는 것은 아니다. 평소 생활하며 다루기 어려웠던 디지털 기기 등에 대한 상담도 이뤄지며 수강생들이 가려움을 느끼던 것을 시원하게 긁어주고 있다. 수업 시작 전 일찍 교실에 도착한 일부 수강생들은 모바일 메신저의 오류, 이용이 어려운 기능 등에 대한 다양한 질문을 쏟아내기도 하며 강사와 소통하고 있었다.
노인들이 특히 어려움을 느끼는 ‘키오스크’ 이용 수업도 이뤄졌다. 교실에 설치된 교육용 키오스크에는 다양한 상황을 가정한 실습이 가능하도록 햄버거, 커피 등 다양한 품목의 시스템이 내장 돼있었다. 결제로 이어지지는 않지만 직접 카트를 꽂아 넣어 계산하고 영수증까지 받을 수 있는 기능도 갖출 정도로 실제 키오스크 이용 환경과 유사했다.
연습에 나선 수강생들은 강사의 말에 따라 키오스크 화면에 띄워진 버튼을 손으로 지긋이 눌러보기도 하며 느리게 주문에 나섰지만 결국 끝까지 해내며 뿌듯함을 느끼는 분위기였다.
실내 수업이 끝난 후에는 곧바로 실전이었다. 수강생들은 주민센터를 나서 인근 커피 전문점으로 향해 교실에서 배운 키오스크 활용법을 직접 체험했다. 송 강사는 “뒤에 젊은이들이 기다리고 있다고 해서 전혀 부담 가지실 필요 없다”며 “사용이 어려우면 자신감 있게 도움을 요청하라”고 조언하기도 했다.
따뜻한 아메리카노를 직접 구매하고 자리에 앉은 유 모(80)씨는 “이제 카페에 가도 손녀는 가만히 앉아 있으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며 뿌듯함을 드러냈다. 여전히 대다수의 수강생들이 키오스크 앞에 서면 평소보다 행동이 느려지는 듯 했지만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돋보였다.
강남구에 따르면 지난해 8054명이 이용한 정보화교실 수강생의 69%는 60~70대다. 노인층에서의 인기에 힘입어 강남구는 65세 이상 어르신을 대상으로 한 생활 디지털 특화반을 올해 신설하면서 고령화 시대 디지털 교육에 앞장서고 있다.
지난해 11월에는 ‘서울특별시 강남구 어르신 생활디지털 교육 지원 조례’를 제정해 제도적 기틀도 마련했다. 김인종 강남구 정보화기획팀장은 “지난해 조례를 제정하면서 키오스크 실습을 할 때 어르신들께 음료 가격을 지원할 수 있는 내용도 포함 시키면서 수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강남구는 향후 교육장 방문이 어려운 장애인·경로당·소상공인 등을 대상으로 ‘찾아가는 정보화 교육'도 확대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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