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육 기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할 수 있다”는 A 씨의 말에 B·C씨는 귀가 솔깃했다. A 씨가 스스로를 친환경 곤충 ‘동애등에’ 사육 전문가라고 소개한 데다, 개발 중인 기술이 도입되면 대규모 사육이 가능할 것이라고 장담했기 때문이다. 또 당시는 음식물 쓰레기나 가축 분뇨를 먹고 자라는 ‘동애등에’가 친환경 사업 아이템으로 떠오르던 시기였다.
자연이 내려준 ‘음식물 쓰레기 해결사’라 불리는 곤충의 새로운 사육 기술은 B·C씨에게 그야말로 대박처럼 느껴졌다. A 씨는 ‘투자하면 일정한 수익을 보장한다’고 자신했다. 농업 법인 대표라는 그의 명함도 신뢰감을 더했다.
‘장밋빛 미래’를 꿈꾼 B·C 씨는 A 씨에게 2억 원을 투자했다. 하지만 A 씨가 약속한 사업은 실패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사기’라는 의심이 강하게 들었다. 기다림에 지친 두 사람은 끝내 2021년 경찰에 A 씨를 고소했다. 그러자 궁지에 몰린 A 씨도 맞섰다. A 씨는 경찰에 특허 출원 자료·세금계산서·설비 구매 내역 등 다수의 자료를 제출하며 자신은 기망 의도가 없었다고 반박했다.
A 씨의 적극적인 소명은 통했다. 경찰은 “A 씨가 실제로 사업을 시도를 했으나 사후적인 사정으로 실패한 것에 불과해서 사기 범행을 할 고의는 입증하기 어렵다”며 ‘혐의없음’으로 불송치 결정했다.
사건은 그대로 마무리되는 듯 했다. 그러나 B 씨의 항고를 기점으로 사건은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광주고등검찰청은 2022년 12월 재기수사명령을 내렸다. A 씨에게 사업을 영유할 능력이 있었는지, 수익금을 지급할 의사와 능력이 있었는지 수사하라는 취지였다.
김창희(사법연수원 36기)·홍혁기(변호사 시험 10회) 군산지청 형사제1부 검사는 사건을 원점에서 다시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특히 A·B 씨에 대한 대질 조사하고, 검찰의 의심은 확신으로 변했다. B·C 씨 이외에도 또 다른 피해자가 있었던 것이다. A 씨는 실체 없는 기술력을 과시하는 같은 수법으로 또 다른 이들에게도 투자금을 뜯어냈다. 피해 금액만도 9억 원에 달했다. 검찰은 이들 추가 피해자들로부터 직접 고소장을 접수 받은 뒤 사건을 병합해 전면 재수사에 나섰다. 검찰이 수사 과정에서 주력한 건 증거 확보였다. 또 여러 관계자들의 진술도 확보했다.
홍 검사는 “A 씨가 사업을 진행할 능력과 의사가 있었는지가 핵심 쟁점”이었다며 “이를 위해 A 씨 법인의 매출 자료 및 세금계산서 내역 등 다양한 자료를 꼼꼼히 들여다 봤다”고 설명했다. 이어 “홍 검사는 “동종업계 종사자들, A 씨의 거래 업체, 지자체 농업기술연구원 등 다양한 참고인들의 진술을 청취한 결과, A 씨가 주장한 신기술은 실체가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고 덧붙였다.
수사에 가속을 붙이면서 숨겨졌던 사실들이 속속 드러났다. A 씨가 출원했다는 특허는 ‘동애등에’ 사육 기술과는 무관했다. A 씨가 피해자들의 투자금을 개인 채무를 변제하는 데 사용한 사실도 추가로 드러났다. 설상가상 A 씨가 또 다른 지역에서 새로운 투자자를 모집하며 범행을 계획하고 있었다는 점도 드러났다. 사기 피해 규모가 11억에서 더 불어날 수도 있었던 상황이었다. 검찰은 지난달 A 씨를 사기 혐의 등으로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겼다.
홍 검사는 “수사를 통해 A 씨가 ‘무인화 설비’ 등 실체 불명의 기술력을 과시하며 재범을 계획 중인 것을 파악했다”며 “적극적으로 투자 사기 범죄에 대응해 구속 기소함으로써 추가 피해를 예방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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