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부호인 무함마드 빈 자이드 알나하얀 아랍에미리트(UAE) 대통령이 다음 달 중순 한국을 전격 방문한다. UAE가 지난해 약속한 300억 달러(약 41조 원)를 어떤 국내 기업들에 투자할지가 상당 부분 공개될 것으로 보여 재계의 관심이 집중될 예정이다. 한국과 UAE 간 전략적 협력 관계인 원자력발전과 방위산업 등에서 대규모 협력 프로젝트들도 구체화할 것으로 알려졌다.
28일 관계 부처에 따르면 무함마드 대통령이 5월 중순 한국을 찾아 에너지·K컬처·방위·플랫폼 산업 등에서 양국 간 협력 방안을 논의한다. UAE 대통령 방한에 정통한 관계자는 서울경제신문에 “무함마드 대통령이 당초 5월 마지막 주 방한을 검토했다가 일정을 일부 앞당겼다”며 “중동의 지정학적 위기에도 한국을 찾아 양국 간 대규모 협력 사업이 결실을 볼 것”이라고 말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아부다비 국왕인 무함마드 대통령 일가의 재산은 지난해 11월 말 기준 3050억 달러(약 420조 원)에 달한다.
무함마드 대통령은 지난해 1월 윤석열 대통령이 UAE를 국빈 방문해 정상회담을 할 때 UAE 국부펀드 등을 통해 국내에 300억 달러의 투자를 약속했다. 이후 산업은행은 UAE 국부펀드 무바달라와 공동 투자 협력 등 전략적 투자 파트너십(SIP)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무바달라는 2840억 달러(약 380조 원)의 자금을 운용해 1조 달러에 육박하는 아부다비투자청에 비해 운용 자산 규모는 작지만 왕실이 직접 관여해 위상이 더 높다는 평가다. 무바달라는 지난해 방한해 한국의 에너지와 정보통신·생명공학·항공우주·K컬처·농업 등 6개 분야를 우선 투자 대상으로 지정, 20억 달러를 투입하기로 했다. 토스·현대차(005380)·카카오(035720)·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CJ(001040) 등 개별 기업과도 접촉한 것으로 알려졌다. 무함마드 대통령은 애초 지난해 10월 중순쯤 방한할 예정이었으나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무력 충돌로 일정이 연기돼왔다.
원전·방산 분야의 양국 간 협력 사업도 확대된다. 북한과 협력해 탄도미사일 개발을 고도화하는 이란을 견제하려 UAE는 한국산 무기의 추가 도입에 나설 수 있다. UAE는 2022년 중거리 지대공 미사일인 천궁-Ⅱ를 35억 달러(약 4조 6000억 원) 규모로 도입한 바 있다.
원전 분야도 한국전력(015760)이 참여한 바라카 원전 4호기가 올해 상업 가동을 시작할 예정이어서 추가 협력이 예상된다. 무함마드 대통령은 2009년 왕세제 시절 한국이 UAE 바라카 원전을 수주할 수 있게 지원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UAE는 연내 4기의 신규 원자로 건설을 위한 입찰에 나설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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