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외환시장에서 엔·달러 환율은 26일(현지 시간) 전 거래일보다 1.72% 오른 달러당 158.33엔으로 거래를 마쳤다. 1990년 5월 4일(종가 기준 158.35엔) 이후 최고(가치 최저) 수준이다. 엔화 가치는 일본은행의 통화정책회의 전만 하더라도 155엔대 안팎에서 움직임을 보였지만 기준금리 동결 발표 이후 급격히 낙폭을 키웠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엔화 약세가 기조적인 물가 상승률에 큰 영향을 주지 않고 있다는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의 발언으로 금리 인상이 멀었다는 견해가 확산됐다”고 전했다.
미국 경제지표의 잇따른 ‘깜짝 강세’ 역시 엔화 매도세에 영향을 주고 있다.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에 따르면 투기 세력의 매매 동향을 나타내는 ‘비상업 부문’의 달러 대비 엔화 순매도 규모는 최근 6주 연속 확대돼 2007년 이후 최대를 기록했다. 26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주목하는 인플레이션 지표인 개인소비지출(PCE)은 3월 지난해 동기보다 2.7% 상승하며 시장 예상치를 웃돌았다. 소비와 투자 역시 견조한 흐름을 띠면서 연방기금금리 선물 시장에서 미국의 연내 금리 인하 횟수를 1회 이하로 보는 견해는 60%까지 늘어났다.
엔저 심화에 일본 당국의 환율 개입 압박이 커지고 있지만 미국의 ‘3고(고물가·고금리·고성장) 현상’이 지속되는 환경에서는 개입이 이뤄지더라도 효과를 보지 못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2022년 당시 당국의 환율 개입이 성공적이었던 것은 미국 금리가 정점을 찍은 뒤 실시됐기 때문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특히 최근 집권 자민당 소속 오치 다카오 중의원이 달러당 160~170엔 선을 당국의 조치가 필요한 기준으로 언급하면서 ‘환율 방어선’이 160엔대까지 내려간 게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닛케이는 “중국의 경기 침체와 중동 전쟁에 따른 지정학적 불안 등 역시 (엔화 약세를 심화시키는) 미국 달러 매수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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