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대 국회가 임기 종료일인 5월 29일까지 한 달을 남겨두고 있지만 막판까지도 여야 정쟁에 발목이 잡혀 있다. 21대 국회는 본업인 민생·경제 입법과 예산심의를 제대로 하지 않은 채 진흙탕 싸움으로 시간을 허비해 ‘역대 최악 국회’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경제 살리기 정책을 제시하고 야당을 설득하면서 국정 운영을 뒷받침해야 하는데 그런 역할을 수행하지 못했다. 거대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이재명 대표의 사법 리스크 ‘방탄’에 주력하면서 입법 폭주 등으로 국정 발목 잡기를 해왔다.
국민들은 4·10 총선을 통해 정치 복원과 협치를 주문했으나 총선 이후에도 여야 모두 역주행하고 있다. 참패한 여당은 처절한 반성을 토대로 건전한 당정 관계 수립 등 대대적 쇄신을 해야 한다. 그런데도 당 안팎에서 나경원 당선인과 친윤계 핵심 이철규 의원을 각각 당 대표와 원내대표로 밀자는 ‘나·이 연대설’이 흘러나온다. 당사자들은 연대설을 부인했지만 이는 계속 ‘윤심(尹心)’을 따르는 정당을 만들자는 것으로 비친다. 민주당은 이 대표와 다른 목소리를 일절 허용하지 않겠다는 ‘명심(明心) 정당’ 만들기에 속도를 내고 있다. 새 원내대표 자리를 놓고 친명계 한 명만이 도전해 19년 만에 처음으로 경선 자체가 무산될 판이다. 심지어 정치적 중립성을 요구받는 국회의장 후보에 도전한 친명계 인사들은 경쟁적으로 ‘민주당을 도와주는 의장이 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오죽했으면 같은 당의 박지원 당선인이 “일사불란 요구는 정치가 아니다”라고 비판했겠는가.
시급히 해결해야 할 중대재해처벌법 유예 법안 등 산더미처럼 쌓인 민생·경제 관련 법안들은 폐기될 위기에 처했다. 민주당은 그 대신에 각종 의혹 규명을 위한 특검 도입에 전력투구하는 한편 재정 악화를 초래하는 양곡관리법 개정안과 불공정 특혜 논란에 휩싸인 민주유공자예우법 제정안을 밀어붙이고 있다. 21대 국회 임기 말에도 여야 대치 정국이 해소되지 않으면 22대 국회도 달라지기 어려울 것이다. 여야가 ‘윤심’ ‘명심’ 정당 만들기를 멈추고 민심을 따르는 정책 경쟁을 벌여야 ‘최악 국회’라는 오명을 씻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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