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광둥성 선전 출신의 모모와 첸은 서로 첫사랑으로 2년을 함께했지만 남들 눈에는 연인이라기보다는 ‘지인’에 가깝다. 다른 지역에 사는 두 사람은 일주일에 한 두번 만나는데 데이트비는 각자 낸다. 또 메신저에서 애정 어린 대화를 나누는 것을 ‘역겹다’고 생각하기에 두 사람의 대화는 건조하다. 둘은 관계에 대해 크게 흥분하지도 않고 서로 잘 싸우지도 않는다. 모모는 첸과 함께하는 것이 좋지만 자신의 독립과 자유도 소중하다는 입장이다.
28일(현지 시간) 홍콩 사우스모닝포스트차이나(SCMP)에 따르면 모모와 첸과 같은 연인 관계가 중국에서는 유행이다. 중국에서는 이들처럼 서로에 대한 희생보다는 자신의 감정을 우선시하는 이런 관계를 ‘독신 연애(Single love)’라고 부른다.
이들 ‘독신 연애자’들은 사랑이라는 감정에 압도당하는 사람을 일컫는 ‘러브 브레인’을 경멸한다. 모모는 SCMP에 “‘죽을 때까지 헤어지지 않는다’고 믿는 사람들은 바보‘”라고 말했다.
중국 젊은이들 사이에 유행하는 또 하나의 연애 트렌드는 ‘자살적 독신(Suicidal Singleness)’라고 부르는 방식이다. 누군가에 대한 연애 감정이 솟아나도 데이트를 하기 보다는 혼자 지내는 것을 선택하는 사람을 말한다. SCMP는 이런 ’자살적 독신자‘들은 얼핏 독신주의자처럼 보이지만 어쩌면 누구보다도 낭만적인 사랑에 대해 깊은 열망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SCMP는 “그들은 사랑에 빠지는 순간을 비롯해 무수히 많은 로맨틱 시나리오를 상상하지만, 생각할 뿐 현실로 만들기 위한 어떠한 노력도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런 연애 방식을 지지하는 한 인터뷰이는 SCMP에 “휴대폰을 가지고 노는 것보다 더 재미있는 일이 어디 있겠냐”고 말했다. 이들은 또 관계를 찾거나 유지하기 위해 열심히 노력해야 한다면 그건 자신과 맞지 않는 방식이라고 덧붙였다. SCMP는 ‘독신 연애’와 ‘자살적 독신’이 늘어나는 현상이 2021년 기준 2억 3900만 명을 기록한 중국 독신 인구를 설명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전문가들은 젊은 층에서 연애를 포기하는 이런 현상이 현대 사회의 과도한 경쟁과 그에 따른 번아웃(소진) 등에 따른 것으로 보고 있다. 또 감정적인 문제에 시간을 낭비하는 것보다 자기자신의 정신적·재정적 독립이 더 중요하다는 인식도 영향을 미친다는 분석이다. 심리학 전문 웹사이트인 지안단신리(Jiandanxinli)는 “젊은이들이 업무 스트레스로 인해 관계에 대한 욕구가 소진되었다고 느낀다”며 “이들은 연애에 실패하면 정신 건강에 해를 끼칠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에 차라리 연애를 하지 않는 ‘편하고 익숙한 영역’에 머무르기를 원한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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