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이기주의 씌우며 밀어붙이는 공모
34년 동안 간절했고, 염원했던 전남권 국립 의대 설립을 목전에 두고 있지만 지역 내 갈등은 사그러들지 않고 있다. 컨트롤타워 이자 상급기관인 전남도에서 동(순천)·서(목포)의 치열한 유치경쟁을 잠재울 수 있을 만한 정치력과 행정력이 필요한 지금, 오히려 지역 간 싸움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통합 국립의대’를 고수했던 전남도는 정부의 방침에 따라 ‘단일 국립의대’로 급선회하면서 최선의 방법으로 ‘공모’를 택했지만 이마저도 여의치 않다. 설사 공모를 강행하더라도 결과에 승복하지 않고 더욱 벌어지는 지역 간 갈등에 법적 공방까지 갈 것이 뻔한데…. 고개가 갸우뚱거려진다.
전남도가 ‘공모’를 내놓은 명분은 이렇다. 동·서 의대 유치 경쟁의 접점을 찾기 힘들다는 현실적인 문제를 감안해 최선이라는 입장이다. 그러면서 자신들의 의중에 불복하며 ‘독자 노선’을 구축한 순천을 향해 ‘지역 이기주의’의 한계를 넘어서지 못하면 정부가 이를 빌미로 의대 신설 방침을 접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코너에 모는 작전(?)에 돌입했다.
#무엇이 무서워 용역 결과 공개 못하나
하지만 전남도의 ‘논리가 맞다’는 것을 입증하기 위해서는 앞서 서울경제<4월 22일자 바닥친 '신뢰'·꼬인 '정치' 이래 놓고 전남권 의대 공모 한다고…이유 있는 순천 ‘마이웨이’>에서도 지적했듯 깨져버린 행정 신뢰도를 회복하는 것이 관건이다. 전남권 의대 설립을 놓고 단일에서 통합으로 변경 시킨 오락가락 행정에 굵직한 현안에 대해 사실상 순천을 배제한 전남도의 모습은 뒤로하더라도 지난 2021년 진행한 용역 문서에 대한 의구심이 제기된다.
전남도는 ‘전라남도 통합 국립의과대학 신설 정부 건의 내용’과 ‘전라남도 국립의과대학 및 부속병원 설립 운영방안 연구용역 결과’ 문서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이 문서에 대해 수많은 추측과 억측이 쏟아지고 있음에도 말이다. 일각에서는 “특정지역에 유리한 공모 결과”라는 공개적인 목소리 나온다. 용역은 2021년 도비 2억 7000만 원을 투입한 결과물이다.
아직까지 실체가 나오지 않고 있는 이 용역 문서가 만약 특정지역에 유리하게 쏠려 있다면 지금까지 전남도가 ‘공모’를 외친 것이 공정성은 상실한 것은 물론, 김영록 지사를 비롯한 전남도는 책임론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공개 되지 않은 문서…결과는 암시 됐다
전남도의회에서도 이 용역 문서에 대해 집중 추궁했다. 지난 23일 전남도의회 기획행정위원회는 전남도 자치행정국 의대유치설립추진단의 첫 업무보고에서 정부의 확답이 없음에도 지속 추진 중이던 통합의대 방식에서 단일의대 공모 방식으로 전환된 점과 지난 2021년 추진된 전남권 의과대학 설립에 대한 용역 결과를 의회에 제출하지 않은 점에 대한 질의가 이어졌다.
신민호 전남도의회 기획행정위원회 위원장(더불어민주당·순천6)은 “교육부와 긴밀한 협조가 필요해 소관 부서와 상임위까지 옮겼지만 교육부도 보건복지부도 전남권 의과대학 신설에 대한 확답을 해주지 않고 있다”며 “총선 전 전남을 방문한 대통령의 립서비스에 의해 행정이 좌지우지 되는거냐. 게다가 이번 공모 방식인 단일의대 추천은 법적인 구속력도 없고 동·서 갈등만 유발시키고 있다”고 질타했다.
목포 출신 도의원은 노골적으로 용역 문서 결과에 대해 무엇인가 알고 있는 듯한 발언을 던진다. 전경선 의원(더불어민주당·목포5)은 “도서지역이 많은 신안 등 서남권 의료환경이 열악해 34년 전 목포대 의과대학 설립을 지역민들이 염원했다”면서 “이를 근거로 지난 2021년 전남권 의과대학 유치에 대한 용역을 실시했지만 그 결과가 비공개로 돼 있다. 용역 결과까지 숨기면서 이번 공모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고 질타했다. 서남권(목포)을 중심으로 한 용역 문서라는 것이 적나라하게 암시된 부분이다.
#특정지역 미는 전남도, 만약 대비 순천 희생양?
이처럼 용역 문서를 공개하라는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높아지고 있는데도, 감추기에 급급한 모습을 보이는 전남도의 속내는 무엇일까. 전남도는 겉으로는 ‘아니다’고 하지만 전남권 의대 신설에 대해 목포(목포대)를 밀어주고 있는 정황은 여러 곳에서 포착됐다.
이에 순천대 총장은 전남도를 향해 그동안에 설움에 복받친 목소리를 내뱉는다. 이병운 순천대 총장은 취임 1주년 기자회견 자리에서, 순천대는 공동 의대 추진 의사 결정 과정에서도 전남도와 목포대가 주도하는 모양새였다고 폭로했다. 특히 범도민대책위원회도 서부권 중심의 인적 구성이었고, 전남도에 위원 명단 공개도 요구했지만 이마저도 거절 당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여기에 대통령 발언 이후 공동 의대에서 통합 의대로 추진 방향을 갑자기 선회한 전남도가 순천대와 충분한 사전 논의도 없이 교육부에 통합 의대 신청서를 제출했다는 것을 공개적인 자리에서 적시했다.
여기에 더해 전남도는 ‘순천대·순천시가 소지역주의로 공모에 응하지 않아 30년만의 기회를 무산 시키려는 프레임’을 씌우는 스탠드까지 취하고 있는 뉘앙스가 풍겨진다. 자신들이 지금까지 해온 행정 불신은 까맣게 잊은 듯 보인다.
이와 관련해 노관규 순천시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전남도를 향해 불쾌한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그는 “전남도는 이미 신설 의과대학과 관련해 16개 지표를 기준으로 용역한 결과를 가지고 있다고 하지만 결과를 공개하지 못하고 있다”며 “왜 시간이 갈수록 공정성이 의심(전남도 불신 행정)되는 일들만 생기는지 모르겠다”고 날을 세웠다. 그러면서 “의대유치 안될 경우 희생양으로 순천을 택하고 싶은 분들은 빨리 그 생각 포기하시라. 여기 바보들만 사는 곳이 아니다”고 직격했다.
이에 전남도는 “2021년도 용역 결과는 정보공개법에 의해 비공개가 맞겠다는 생각이 들어 공개하지 않았다“며 ”해당 용역 결과 발표는 행안부에 의뢰해 놓은 유권해석을 따르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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