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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터리] 유한(有限)한 바다, 휴식을 줘야

송형근 국립공원공단 이사장

송형근 국립공원공단 이사장




요즘 해외 리그에서 뛰고 있는 한국 축구 선수들의 활약 덕분에 경기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격렬한 경기가 끝나면 선수들은 충분한 휴식을 통해 컨디션을 회복하고 다음 경기를 대비한다. 휴식이 얼마나 중요한지 그들은 이미 수많은 경기를 통해 경험했기 때문이다.

각박하고 바쁘게 돌아가는 요즘, 많은 이들이 휴식을 위해 자연을 찾아 국립공원을 방문하고 있다. 특히 아기자기한 섬과 평온한 바다를 끼고 있는 해상해안 국립공원은 일상의 고단함을 털어내고 재충전하기에는 더할 나위 없는 장소다.

우리나라 23개 국립공원 중 바다를 포함하고 있는 해상해안 국립공원은 한려해상·다도해 등 4개에 불과하지만 면적은 약 3357㎢로 전체의 48.7%를 차지할 만큼 넓다. 또 782개의 섬과 바다에는 나팔고둥 등 국내 멸종 위기 야생 생물의 약 40%가 서식하고 있으며 빼어난 경관으로 연간 약 800만 명의 탐방객이 국립공원을 찾고 있다.



이처럼 해상해안 국립공원은 다양한 생물의 서식지이자 국민 쉼터이지만 과도한 어업과 양식업으로 건강성을 잃고 있다. 해양 체험이라는 명목으로 일부 무분별하게 행해진 낚시와 해루질 등은 어족 자원 고갈은 물론 공간을 함께 공유해야 하는 지역 주민과의 갈등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공단은 과도한 낚시 행위로 훼손된 지역의 출입을 일정 기간 통제하고 휴식을 부여해 자연 회복을 유도하는 ‘갯바위 생태휴식제’를 3년 전 거문도에 최초로 도입했다. 생태휴식제는 효과도 제법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행 1년 만에 갯바위종합오염도는 37% 감소했고 따개비 등 해양 생물의 평균 서식 밀도는 58% 증가했다. 인간이 바다에 휴식을 부여하면 스스로 회복한다는 것을 ‘갯바위 생태휴식제’를 통해 확인한 셈이다.

물론 넓은 바다에서 발생하는 모든 문제를 생태휴식제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노릇이다. 바다의 지속 가능성을 유지할 수 있는 다른 노력도 함께 기울여야 한다. 지역사회 및 관계 기관과 함께 바다의 굴뚝으로 불리는 수산 양식장을 친환경적으로 전환하고 해양 쓰레기를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등 다양한 협력 사업도 더욱 늘려가야 할 것이다.

축구 경기가 끝난 후 지친 선수에게 주는 달콤한 휴식과 열렬한 응원이 다음 경기에서 멋진 활약을 펼치는 원동력이 되듯이 지금부터라도 바다의 지속 가능성을 위해 필요한 휴식을 부여해줘야 한다. 많은 국민이 참여와 관심을 기울인다면 바다는 더 좋은 휴식처와 더 많은 자원으로 우리에게 보답해줄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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