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일 동맹이 세계의 등대가 됐습니다. 양국이 함께할 수 있는 일에는 한계가 없습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이 10일(현지 시간) 미일정상회담을 열고 “미국이 일본을 ‘보호(protection)’하는 관계를 끝내고 힘을 함께 ‘투사(projection)’하는 새로운 시대가 열렸다”고 선언했다. 강력한 미일 관계를 바탕으로 미국이 주도하는 안보 동맹들이 중국을 에워싸는 가운데 다음 달 중러 간 정상회담이 예고되는 등 동북아 안보 지형은 격랑을 맞고 있다.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미국의 새로운 안보 전략은 최근 일본·필리핀 등과의 연쇄 정상회담을 통해 구체화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핵심은 냉전 이후 미국이 유지해온 ‘허브 앤 스포크(미국 중심으로 한국·일본 등과 양자 동맹)’ 전략을 버리고 쿼드(미·일·호주·인도 안보협의체), 오커스(미·영·호주 안보 동맹), 한미일, 미·일·필리핀 등 다양한 소다자 협의체가 협력하는 ‘격자형(latticework)’ 체제 구축이다. 이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와 같은 조약 동맹은 아니지만 역내 동맹·파트너들이 여러 층위에서 유기적으로 협력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 중심에 미국과 일본의 강화된 군사 동맹이 자리하고 있다.
미국의 포위망이 견고해지자 중국과 러시아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중러 양국은 다음 달 정상회담을 열고 미국이 주도하는 안보 진영을 향해 분명한 메시지를 발신할 것으로 관측된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최근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을 접견한 자리에서 “중국은 러시아 측과 긴밀한 양자 소통과 브릭스(BRICS) 및 상하이협력기구(SCO) 등 다자간 전략적 협력 강화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새 임기가 다음 달 시작되는 가운데 푸틴이 중국에 이어 연내 북한까지 방문하며 북중러 간의 연대를 강화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중국 역시 최근 북한에 서열 3위 자오러지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을 파견하는 등 북중 관계 개선에 나섰다.
이처럼 한반도를 둘러싼 대립 구도가 고착화되는 가운데 다음 달 말 서울에서 한중일 3국 정상회의가 열릴 것으로 보여 3국 간의 미묘한 긴장 관계가 일정 부분 해소될지 주목된다. 한중일정상회의가 마지막으로 열린 것은 2019년으로 그간 정상회의 개최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던 중국의 태도 변화가 감지된다. 이번 정상회의에서 북한 문제와 3국 경제협력 등이 포괄적으로 논의될 것으로 보이지만 미중 간의 전략 경쟁에서 비롯된 동북아 대립 구조에는 별다른 영향을 주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