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유엔 제재 위반 여부를 감시해온 안보리 전문가 패널의 활동 종료로 한국과 미국, 일본은 새 감시 기구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북한과 경제 교류가 많은 중국과 러시아는 새 감시 기구의 공신력을 문제 삼을 것으로 예상돼 정부는 외교력을 동원해 서방은 물론 중남미와 아프리카 등의 호응을 이끌어내 기구의 위상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9일 외교가에 따르면 한국과 미국, 일본 외교 당국은 대북 제재 이행 여부를 감시할 새로운 기구와 관련해 유엔 총회 내부 메커니즘을 활용할지, 아니면 외부 기구에 새로 만들지 등 모든 선택지를 테이블 위에 올려 놓고 검토하고 있다. 2009년부터 15년간 북한의 유엔 제재 위반 혐의 사례를 조사해 매년 두 차례 심층 보고서를 발간해온 안보리 전문가 패널은 최근 러시아의 거부권 행사로 임기를 연장하지 못하고 30일 활동을 종료한다.
우선 유엔 총회 내부 메커니즘을 활용할 경우 회원 수가 워낙 많기 때문에 빠른 의사 결집이 어려울 수 있다. 이에 유엔 틀을 벗어나 자유민주주의를 공유하는 나라들끼리 새 감시 기구를 만드는 방안이 부상하고 있다. 다만 유엔 차원이 아니어서 위상이 떨어질 수 있다. 중국과 러시아가 참여국의 정체성을 문제 삼으며 대북 제재 감시 보고서를 믿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이에 글로벌 사우스(Global South·주로 남반구에 위치한 신흥국과 개발도상국)의 호응을 이끌어내는 것이 핵심이라는 진단이 나온다. 자유민주주의를 강조하는 나라뿐 아니라 기타 아시아, 중남미, 아프리카 등 우리의 비동맹 진영 국가들이 새 대북 감시 기구에 힘을 실어준다면 그만큼 공신력도 높아질 수 있다.
특히 6월 초 정부가 아프리카 정상들을 서울로 초청해 ‘한·아프리카 정상회의’를 열기 때문에 이를 비롯한 다양한 국제회의를 활용해 글로벌 사우스 국가들을 설득하는 작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중국과 러시아가 다른 말을 할 수 없도록 북한이 대북 제재를 어기고 있다는 확실한 증거를 제시하는 것도 방법이다. 남성욱 고려대 통일융합연구원장은 “정보 역량을 키워 북한이 제재를 어기고 있다는 ‘팩트’를 제시해야 한다”며 “이를 바탕으로 전 세계에 북한이 제재를 위반하고 있다는 공감대를 형성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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