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 주춤하던 글로벌 무역 전쟁이 다시 거세게 불붙을 기세다.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회는 이달 26일 회의에서 올 12월 1일부터 시행될 새 관세법을 통과시켰다. 이 법의 17조는 사상 처음으로 보복관세를 명시했다. 미국과 유럽연합(EU)이 중국산 제품에 대해 무역 제재 조치를 취하자 ‘눈에는 눈, 이에는 이’식의 강경 대응 방침을 분명히 한 것이다. 최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중국산 철강·알루미늄 제품에 대해 고율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고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중국 해양·물류·조선업을 겨냥해 경제안보 법률인 ‘무역법 301조’ 조사를 시작했다.
올해는 전 세계 76개국에서 선거가 열리는 ‘슈퍼 선거의 해’다. 유권자 표심 공략을 위해 각국의 자국 우선주의와 무역 보호주의 공세는 더 강화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재집권하면 모든 중국산 제품에 대해 60%의 폭탄 관세를 적용하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EU가 지난해 10월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보조금 조사에 착수한 것도 올 6월 유럽의회 선거를 의식한 측면이 크다. 무역 갈등이 확대되면 수출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가 주요국 가운데 가장 큰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중국의 대미 수출 길이 막히면 중국산 제품에 들어가는 한국산 부품과 중간재 수출도 감소하게 된다.
지금은 민관이 ‘원팀’이 돼 글로벌 무역 분쟁 속에서 활로를 찾고 수출 총력전을 펼쳐야 할 때다. 기업은 과감한 투자와 초격차 기술 확보로 수출 시장과 품목을 다변화해야 한다. 정부는 세제·금융·예산 등의 전방위 지원과 규제 혁파, 혁신 산업 육성, 노동시장 유연화 등 다각도의 지원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맞춤형 통상 전략과 정교한 외교력으로 기업들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노력도 해야 한다. 무엇보다 정치권은 국가전략기술 및 연구개발(R&D) 세제 지원,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유예, 대형마트 새벽 배송 허용 등 21대 국회에서 낮잠을 자고 있는 경제 살리기 입법부터 서둘러 처리해야 할 것이다. 대외 환경 변화와 저출생·고령화에 대응하려면 기업 경쟁력과 생산성을 높이는 것이 근본 해법이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