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서비스업 종사자 2명 중 한 명은 고객 갑질 피해를 경험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NHK는 일본 최대 산업별 노조인 UA젠센의 서비스업 조합원 대상 설문 조사에서 46.8%가 ‘2년 이내 피해 고객 갑질 피해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고 30일 밝혔다. 이 결과는 올 3월까지 조합원을 대상으로 고객 갑질, 일명 ‘카스하라’에 대한 온라인 설문조사를 진행해 총 3만 3000여 명으로부터 받은 답변을 분석한 것이다. 카스하라(カスハラ)는 고객 괴롭힘(customer harassment)의 일본식 영어(카스타마 하라스멘토·カスタマ-ハラスメント)의 약어다.
4년 전 조사 때 응답은 56.7%로 이번에 수치가 10%포인트 가까이 줄었지만, 여전히 절반 가까이가 피해를 호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기억에 남는 고객 갑질 유형으로는 ‘막말(39.8%)’이 가장 많았고, ‘위협·협박(14.7%)’, ‘불만 반복 제기(13.8%)’, ‘장시간 괴롭힘(11.1%)’ 등의 순이었다. 카스하라의 계기를 구체적으로 묻자 ‘고객의 불만 표출’이 26.7%였고, ‘접객 및 서비스 제공 실수’가 19.3%로 나타났다. ‘소비자의 착각’에 따른 경우도 15.1%나 됐다. 키리우 마사유키 도요대 교수는 “카스하라는 나쁘다는 인식의 확산으로 피해 건수가 줄었을지는 모르지만, (이보다) 더 줄여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내가 가르쳐주는 것’이라고 생각하며 민폐에 대한 인식이 없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에 업소나 기업은 카스하라 선 긋기를 명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번 조사 결과는 5월 말 정식 발표된다.
고객 갑질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부상하면서 직원 보호에 나서는 곳들도 생기고 있다. 도쿄도는 지방자치단체 최초로 카스하라 방지 조례 제정에 나섰다. 조례에 종업원을 갑질로부터 보호하는 기업 측의 책무를 규정하고, 금지 행위의 구체적인 사례는 별도로 제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일본에서는 고객 폭언 등 괴롭힘을 견디다 못해 일을 그만두는 사람이 많아지는가 하면 우울증에 걸려 자살하는 사건도 발생했다. 타 도시 대비 서비스업 종사자가 많은 도쿄도에서는 대책 강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노동조합을 중심으로 확산하고 있다. 일본 철도회사 JR 동일본도 승무원이나 역무원 등에 대한 카스하라에 대응하기 위해 최근 별도의 대처 지침을 만들었다. 악질이라고 판단되는 행위에 대해서는 경찰이나 변호사의 도움을 받아 엄정 대처한다는 계획이다.
카스하라의 가해자가 되지 않기 위해 분노 조절 방법을 배우는 사람들도 눈길을 끈다. 심리 상담가 요시무라 소노코씨가 도쿄에서 진행 중인 ‘앵거 매니지먼트(분노 조절) 강좌’는 지난해 개설 이후 지금까지 140여 명이 참가했다. ‘고객 갑질 행위를 계속 하는 나 자신을 바꾸려’ 수업을 듣는 사람이 잇따르고 있다는 게 주최 측 설명이다. 이 수업에서는 참가자가 불쾌감을 느낄 수 있는 주요 상황을 상정해 어떻게 감정을 제어하는지 시뮬레이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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