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양국이 주한미군 주둔 비용 중 한국이 부담할 금액을 정하기 위한 협상에 들어간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한국 측의 비용 증액이 없으면 주한미군을 철수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선 도전에 나선 뒤 선거 과정에서 한국의 방위비 분담금 증액 필요성을 직접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트럼프 행정부 1기 때도 수차례 주한미군을 철수하려고 했다는 주장이 그의 참모들의 증언을 통해 나왔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달 30일(현지 시간) 공개된 타임지와의 인터뷰에서 재선에 성공하면 ‘주한미군을 철수하겠느냐’는 질문에 “우리는 불안정한 위치(precarious position)에 4만 명(실제는 2만 8500명)의 군인이 있는데 이것은 말이 안 된다. 한국이 우리를 제대로 대우하기를 바란다”고 주장했다.
그는 한국이 주한미군 주둔 비용을 거의 내지 않는다고 지적하면서 “이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우리가 왜 돈을 내지 않는 부자 나라를 방어해야 하는가”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그들(한국)은 수십억 달러를 내기로 동의했다. 내가 이임했기 때문에 그들은 아마 거의 돈을 내지 않고 있을 것(paying very little)”이라며 조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한국이 방위비를 거의 지불하지 않고 있다는 억지 주장을 되풀이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은 ‘더 많은 비용을 내지 않으면 미국이 방어하지 않겠다’는 그의 ‘미국 우선주의’ 외교 정책을 극명하게 드러낸 것으로 해석된다.
타임지는 ‘주한미군을 철수할 것이냐’는 질문에 대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이런 답변에 대해 한국이 북한 방어를 위해 더 많이 방위비를 부담하지 않을 경우 주한미군을 철수할 수 있음을 시사(suggest)한 것으로 해석했다.
한미 양국은 정기적으로 한미 방위비분담금특별협정(SMA)을 체결해 주한미군 주둔 비용과 관련해 한국이 부담해야 할 비용을 정하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2019년 제11차 SMA 협상 당시 한국의 연간 분담금(1조 389억 원)의 6배에 가까운 50억 달러(6조 9000억 원)로 증액할 것을 요구했다. 한미 양국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급격한 방위비 인상 요구에 당시에는 방위비 협상을 타결 짓지 못하다가 바이든 정부가 출범한 뒤에야 협상을 끝냈다. 바이든 정부에서 합의된 방위비 분담금은 첫해인 2019년 13.9% 증액한 뒤 2025년까지 매년 국방비 증가율에 맞춰 인상하는 방안이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 임기 당시인 2009년 7600억 원이었던 분담금은 바이든 행정부인 2021년 1조 1833억 원까지 증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인터뷰에서 자신의 재임 당시 한국이 ‘수십억 달러’를 냈지만 지금은 거의 안 내고 있다고 말했으나 사실과 다른 주장인 셈이다.
현재 협정은 내년 말로 종료되고 새로운 방위비 협상이 이미 시작됐다. 다만 한미 양국이 새 협상을 타결해도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선 승리로 내년에 트럼프 2기 정부가 출범할 경우 미국 측에서 완전히 새로운 협상을 요구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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