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일선 치안 현장의 경찰관서들이 노후화됐다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경찰이 외국의 최신 건축 기술 등을 접목한 독자적 경찰관서 건축 모델을 마련한다. 70% 이상이 노후화된 전국 경찰서의 새 단장에 시동을 건 것이다.
1일 경찰에 따르면 지난달 24일 경찰청은 ‘경찰관서 시설 면적 기준 수립을 위한 연구용역’을 발주했다. 경찰은 대민 기능과 내부 직원의 후생·복지시설 등 복합적인 공간 배치의 효율성이 부족하다고 판단해 현 청사 면적에 대한 적정성 검토를 거친 후 수정안을 마련하겠다고 설명했다.
현재 경찰관서들은 노후화에 몸살을 앓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전국 259개 일선 경찰서 중 건축 연한이 20년 이상 된 경찰서는 182개에 달한다. 현재 새 단장에 돌입한 경찰서는 59개다. 일선 치안을 담당하는 전국 2000여 개 지구대·파출소 역시 30% 이상이 노후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통용되는 경찰관서 설계 기준은 그간 지어진 경찰서들의 평균 규격을 정리해놓은 수준이라 건축 설계 트렌드 등 시대 변화를 따라가지 못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우선 경찰은 공간 배치의 효율성을 제고할 방침이다. 현재 경찰관서는 경찰 사무 공간 위주로 구성돼 민원인을 위한 대기 공간이 상대적으로 부족하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경찰은 타 부처의 공용 공간과 민원인 대기·휴게 공간, 사무 공간 등을 비교·분석해 해결책을 마련할 예정이다. 최근 이뤄진 조직 재편으로 변경된 직제도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
또 경찰의 업무 수행을 위한 특수 시설이 시설 면적 책정에 포함될 수 있도록 기준을 재정립할 계획이다. 수사·형사·과학수사 등 수사 기능과 경무·민원실 등 일반 행정 기능, 유치장·상황실·무기고 같은 경찰 특수 시설 등 각 기능의 특수성을 반영한 청사 면적의 개선이 이뤄진다. 민원 관련 부서는 접근성이 편한 최하층, 보안이 필요한 부서는 최상층에 위치해 있는 일률적인 구성도 효율적으로 배치할 계획이다.
이외에도 △주야간 상시 근무 지역 경찰을 위한 휴게·대기 장소 △체력 단련장 및 행정 업무를 위한 고용 공간 △주차장 조성에도 노력을 기울일 예정이다.
경찰은 이를 위해 이달 중 각계각층의 전문가들을 모은 ‘건축자문위원회’를 발족한다. 경찰 관계자는 “전국의 경찰관은 15만 명에 달하는데 이들의 근무지인 경찰관서는 공간 면적이 턱없이 좁고 노후화됐다”며 “민원인·피의자·피해자·경찰관의 공간을 철저히 분리하는 선진국처럼 우리도 국가 환경에 맞는 독자적인 기준 수립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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