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과잉 공급’ 이슈를 제기하는 미국과 유럽연합(EU)에 이중 전략으로 대응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서방의 고율 관세 조치에 맞대응할 새 관세법 도입을 예고한 상태지만 EU를 향해서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올해 첫 해외 순방지로 삼는 등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반면 미국에는 고강도 대응에 나서겠다며 날을 세우고 있다. 글로벌 패권 경쟁을 벌이는 미국과는 팽팽한 기싸움을 이어가지만 중국에 대한 경제 의존도가 높은 유럽 국가들은 ‘약한 고리’로 삼아 균열을 내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1일 중국 관영 영자지 글로벌타임스에 따르면 린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달 30일 정례 브리핑에서 “중국의 과잉생산에 대한 미국의 비난은 시장 주도적인 결론이 아니라 인식을 조작하고 무역을 정치화하기 위한 이야기이며 진정한 목적은 중국의 고품질 개발을 저지하고 중국의 합법적인 개발권을 박탈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글로벌타임스는 중국의 과잉생산을 주장하는 것은 미국의 자신감 부족과 중국에 대한 비방에서 비롯된 불안의 과잉 능력에서 비롯됐다고 꼬집었다.
미국을 향해서는 연일 비난 수위를 높이는 중국이지만 유럽 국가들에는 유화적인 제스처를 보내고 있다.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시 주석은 5일부터 10일까지 프랑스·세르비아·헝가리를 국빈방문한다. 시 주석의 올해 첫 해외 순방이자 약 5년 만의 유럽 국가 방문이다. 신화 상하이외국어대 유럽연합연구센터 소장 겸 석좌교수는 “중국 지도부가 유럽을 매우 중요하게 여기고 있다는 사실을 강조하고 세계 전략과 대외 경제 정책에서 중국이 유럽에 갖고 있는 중요한 의미를 읽을 수 있다”고 말했다.
시 주석은 이번 유럽 순방에서 경제협력을 무기 삼아 중국에 대한 견제를 무너뜨리는 시도에 나설 것으로 관측된다. 유럽 국가들이 미국의 대중국 견제에 동참하는 모양새를 취하면서도 중국과의 경제협력이 필수적이라는 약점을 파고드는 것이다. 특히 올해 중국과 수교 60주년을 맞은 프랑스는 러시아를 우회 지원하는 중국에 지속적인 경고를 보내고 있음에도 대중 외교를 긴밀히 유지하고 있다.
시 주석은 프랑스와 농업·원자력 등의 경제협력을 강화할 것으로 예상되며 에어버스 항공기 구매 계약도 체결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의 방중 때도 중국은 에어버스·알스톰 등과 대규모 계약을 체결하는 등 선물 보따리를 안겼다.
세르비아·헝가리는 지난해 일대일로 정상포럼에 참여하는 등 서방을 견제하는 중국에 힘을 실어주는 국가들이다. 신 교수는 “시 주석의 이번 방문이 중국에 대한 유럽의 우려를 어느 정도 완화하고 중국에 대한 유럽의 디리스킹(위험 제거) 경향을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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