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매년 수백 명에 이르는 사우디아라비아 학생들이 서울교대에서 예비 교사 교육을 받는다. 국내 교대들이 모여 유학생을 유치하기 위해 교사 양성 전문 센터를 설립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2일 교육계에 따르면 이날 유수프 빈 압둘라 알 벤얀 사우디 교육부 장관과 사우디 대사관 고위 관계자 등 국빈급 인사 11명이 장신호 서울교대 총장을 직접 만나 수백 명의 사우디 유학생 대상 교원 양성 프로그램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이는 서울교대가 교사교육 혁신프로그램과 협력을 제안한 것으로 해외 정부가 직접 국내 대학에 교원 양성 교육 과정을 부탁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사우디 교육부 장관이 서울 서초구에 있는 서울교대를 직접 찾은 것은 현재 사우디에는 교원을 전문적으로 양성하는 기관이 없기 때문이다. 사우디에서 교사를 희망하는 학생들은 대학을 졸업한 뒤 대학원에 진학해 관련 공부를 추가로 해야 하는 등 체계적인 교육과정이 마련돼 있지 않다. 최근 중동 지역에서 한류 열풍이 불면서 한국어와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점, 한국의 교육열이 높고 디지털 인공지능(AI) 교과서 등 첨단 기술 기반 교육이 발달했다는 사실 등도 서울교대와 협력하기로 한 데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전해졌다.
사우디 측의 요청에 서울교대는 전문 교원 양성 연수, 학생·교사 교류 프로그램 마련에 나서기로 했다. 사우디 유학생들이 서울교대에서 연수를 마치고 자국으로 돌아가 곧바로 학교에 채용될 수 있도록 촘촘한 교육체계를 마련한다는 목표다. 사우디 학생들이 직접 한국 공립학교에서 교생실습을 나가는 방안도 적극적으로 논의하고 있다. 사우디 학생들의 한국어 교육 수요가 높다는 점을 고려해 학교 수업은 주로 영어보다는 한국어로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또 사우디 정부와 함께 평생교육 강화 방안, 사우디 교원 양성 체계 마련 등 교육과 관련한 주제로 공동으로 연구개발(R&D)을 추진할 계획도 갖고 있다.
서울교대는 전국 9개 교대와 함께 해외 유학생을 대상으로 교원 양성 전문 기관인 ‘글로벌 티칭 센터’를 설립하는 방안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 국내 대학들의 체계적인 교사 교육체계에 관심을 갖는 해외 유학생들이 점점 늘고 있어 대형 인프라 구축 마련이 시급하기 때문이다. 당장 사우디가 한국으로 파견하고 싶어하는 유학생이 수백 명대여서 서울교대 건물만으로는 수용이 어려운 상황이다. 글로벌 티칭 센터에서는 온라인과 오프라인 강의를 병행하고 학위도 수여할 방침이다.
교육계는 최근 학령인구 감소와 정원 감축으로 위기를 맞이한 교대가 이번 사우디와의 협력을 계기로 새로운 기회를 맞이할 수 있다고 봤다. 해외에서 유학생 유치를 늘려 학교 재정을 확충하고 대학의 체계적인 교원 양성 교육과정 자체를 수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교대를 졸업하고 국내 초등학교에서만 근무하던 교사들의 활동 무대가 전 세계로 넓어져 교사의 인기가 다시 높아질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장기적으로는 한국어와 한국 문화에 대한 이해가 높은 ‘친한(親韓)파’ 유학생을 길러내 글로벌 시장에서 국가 경쟁력을 제고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장 총장은 “사우디 교육부가 한국의 우수한 교원 교육에 많은 관심을 표했다”며 “사우디 교육부와 구체적인 교육 교류 방안을 지속적으로 논의해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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