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등장하는 ‘가짜’ 영상에 대해 경찰이 수사에 착수한 가운데, 시민단체가 “심기경호를 위한 수사”라며 경찰에 수사 즉각 중단을 촉구했다.
2일 시민단체 ‘혐오와 검열에 맞서는 표현의 자유 네트워크’는 서울 종로구 서울경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밝혔다. 국민의힘을 향해서는 고발 취하를, 윤 대통령에게는 처벌불원 의사를 밝힐 것을 요구했다.
단체는 “대통령을 풍자한 영상을 제작하고 유포한 게 이렇게 호들갑을 떨 만큼 중대한 범죄인가”라며 “표현의 자유 보장을 위해 앞장서야 할 공당이 대통령 명예훼손을 이유로 국민을 고발하는 것은 한국 사회의 희극”이라고 주장했다.
앞서 지난 2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는 ‘가상으로 꾸며본 윤 대통령 양심고백 연설’이라는 제목의 영상이 유포됐다. 경찰은 이 영상을 최초 제작한 50대 시민과 유포자 9명을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혐의로 입건해 수사 중이다. 영상은 2022년 윤 대통령이 대선 후보 당시 했던 TV 연설을 짜깁기한 것으로, 현 정권이 무능하고 부패했다고 고백하는 듯한 내용을 담고 있다.
이 중 한 유포자의 피의자 조사에 입회한 손지원 사단법인 오픈넷 변호사는 “어디까지나 허구임을 전제한 풍자적 표현물이자 대통령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해학적으로 표현한 정치적·창작적 표현물”이라며 윤 대통령에 대한 명예훼손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손 변호사는 “(조사를 받은) 시민은 정치범 취급에 공포감을 느껴 운영하던 가게도 내놓고 SNS 계정도 바꿨다”며 “정부 여당은 사소한 표현물이라도 대통령에 대한 비판적 여론을 조장하면 공권력의 응징을 받을 수 있단 메시지를 국민에게 전하기 위해 고발한 것으로 생각된다”고 꼬집었다.
최석군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공익인권변론센터 변호사도 “조사를 받은 분은 SNS에서 영상을 보고 '재밌겠다' 싶어 내려받아 올렸을 뿐”이라며 “막걸리를 먹다가 박정희 대통령을 욕했다고 처벌받던 1970년대 '막걸리 보안법'과 무엇이 다른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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