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전기차가 급성장함에 따라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중국 기업에 투자하고 역으로 기술 전수를 받는 사례가 이목을 끌고 있다. 중국 진출을 위해 합작공장(JV) 설립을 강요받고 기술 탈취를 우려하던 해외 자동차 기업들이 외려 세계 최대 전기차 시장인 중국을 공략하기 위해 현지 업체에 도움을 요청하고 있는 것이다.
2일 중국 경제 매체 차이신에 따르면 지난해 샤오펑의 지분을 인수한 폭스바겐그룹이 최근 “더 많은 중국 고객을 확보하기 위해 비용 절감, 기술 경쟁력 강화, 현지 파트너십 심화 등을 통해 중국 공세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폭스바겐은 글로벌 전기차 판매량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자 중국 전기차 시장에서의 입지를 공고히 하기 위해 투자를 늘려왔으며 지난해 7월 샤오펑(엑스펑)의 지분 4.99%를 7억 달러(약 9637억 원)에 인수했다. 샤오펑과의 협력으로 최소 2개의 배터리 구동 모델을 개발할 계획이며 첫 모델을 2026년 중국에 출시한다. 신용평가사 피치의 양징 이사는 “샤오펑과의 협력은 폭스바겐이 중국 시장 진출을 위해 전기차를 현지화하는 한편 자동차 소프트웨어 개발의 느린 진전을 상쇄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자동차 업계에서는 폭스바겐이 자체 스마트 콕핏(운전석) 시스템과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개발에 차질을 빚은 뒤 양측의 협력이 이뤄졌다고 보고 있다.
크라이슬러·피아트·지프·푸조 등을 거느린 스텔란티스도 지난해 10월 15억 유로(약 2조 2130억 원)를 투자해 링파오(립모터)의 지분 21.2%를 인수했다. 스텔란티스와 링파오는 각각 51대49 비율로 출자해 별도의 JV도 만들었으며 올 하반기부터 전기차를 출시한다는 방침이다.
중국은 자동차 산업이 발전하기 전까지만 해도 해외 기업에 자국 기업과 JV를 설립해 진출하도록 강제했다. 이 규정은 2022년부터 단계적으로 폐지됐다. 최근 들어서는 글로벌 완성차 업체가 중국 전기차 업체는 물론 정보기술(IT) 기업에 손을 내밀고 있는 상황이다. 세계 최대 전기차 시장인 데다 자율주행 기술까지 급성장하고 있는 중국 기업들과의 협력이 절실하기 때문이다. 최근 열린 베이징 모터쇼를 계기로 중국 기업과의 협력은 더욱 늘어나는 양상이다. 현대차·기아는 바이두그룹과 ‘중국 커넥티드카 전략적 협력 양해각서(MOU)’를 체결했으며 도요타는 텐센트, 닛산은 바이두와 각각 인공지능(AI), 스마트카 분야에서 제휴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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