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증권거래소가 ‘일본 증시 저평가 해소’의 일환으로 추진 중인 ‘주가순자산비율(PBR) 개혁’이 효과를 보며 대기업 사이에서도 PBR 1배 이상인 곳이 늘고 있다.
2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대기업 중심으로 구성된 도쿄증권 프라임시장에서 PBR 1배 이상 기업이 올 3월 말 기준 전체의 61%를 차지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1년 전의 51%에서 상승한 수치이자 프라임시장의 전신인 ‘도쿄증권 1부 시장’을 포함한 최근 10년래 최고치다. PBR이 1배를 밑도는 것은 기업이 자본 비용을 웃도는 가치를 창출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도쿄증권거래소는 지난해 일본 증시 저평가 해소를 위해 상장 기업들에 투자자의 수익, 주가 등을 의식한 경영 및 개선을 요구했다. 구체적인 대응 방안으로 제시한 것이 저(低) PBR 개혁이다. 거래소는 지난해 3월 PBR 1배 이하 상장사들을 대상으로 자본수익성과 성장성을 높이기 위한 개선 방침과 구체적인 이행 목표를 공개하도록 요구했다. 이 같은 조치는 외국인 투자자의 호응을 얻어 올해 들어 닛케이225지수의 강세를 견인하기도 했다.
프라임 기업 총 1155곳 중 PBR이 개선돼 ‘1배 미만’에서 탈출한 기업은 184개사였다. 3월 말 기준 프라임 기업의 PBR 단순 평균은 약 1.5배로 1년 전의 1.2배에서 상승했다. 자기자본이익률(ROE) 목표 상향 등 자본 효율 개선에 나서는 기업들도 많아졌다. PBR 1배 미만에서 탈출한 184개사 중 최근 ROE가 개선된 곳은 117개사로 60%에 이른다. 조선·기계·플랜트 등을 다루는 중공업 기업 미쓰이E&S는 지난 2월 PBR이 약 10년 만에 1배대로 회복됐다. 플랜트와 조선업 부진으로 2021년 회계연도(2021년 4월~2022년 3월)까지 5년 연속 영업적자였지만, 비 채산 사업을 정리하고 자산을 매각하면서 재무 개선에 나섰다. 이후 건설기술용 엔진 등이 호조를 보이면서 ROE는 올해 1분기가 포함되는 2023년 회계연도(2023년 4월~2024년 3월)까지 2년 연속 두 자릿수를 넘었을 가능성이 크다고 닛케이는 설명했다. 사무용 가구 제조·판매사인 이토키도 지난해 7월 PBR이 약 8년 만에 1배를 넘었다. 올 2월 공시한 중기 경영계획에 따르면 ROE 목표를 2026년까지 15%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배당성향도 40%를 목표로 한다.
다만, 이 같은 흐름에도 불구하고 적극적인 대응과 변화에 나서지 않는 기업들도 많다. 지난해 12월 말 기준 프라임시장에서 PBR 0.5배 미만 기업의 32%, 0.5배 이상 1배 미만 기업의 38%는 개선책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 기구치 마사토시 미즈호증권 수석 주식 전략가는 “자본효율 개선을 위해 자사주 매입 등 단기 환원책이 아닌, 사업 포트폴리오 등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인적 자본과 지적 재산권 등 대차대조표에 잡히지 않는 가치를 이익으로 연결시키는 것도 중요하다고 닛케이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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